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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23. 2023

복잡해지는 고민

지난달부터 시립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초등 저학년, 중학년 수업을 하는데

1팀당 2주씩, 3팀을 11월까지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수업 시작한 지 2주째 되던 날이다.

저학년 첫 번째 팀에 신청해서 들고 있던 친구 엄마가

수업 전에 찾아오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 수업은 딱 2주만 진행하는 건가요?"


"네, 한 팀당 2주만 진행합니다."


"저희 아이가 서울에서 이사 왔는데요.

서울에서도 이런 비슷한 책 수업을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재미있다고 또 가고 싶다고 한 수업은 처음이어서요.

너무 신기해요. 또 들을 수 있나 하고 여쭤보려고요."


"아, 정말요? 00이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요?"

워낙 수줍어 발표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친구였다.

그래도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이 예쁜 친구였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귀 기울여 들어 주고, 이름 불러준 게 다였는데

내 수업을 그렇게 칭찬을 했다니 믿기지 않았다.


"아마 중복 신청은 힘들 거예요.

아쉽지만 오늘 마지막 수업 잘하고 다음에 또 수업이 개설되면 신청해 주세요."

나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런데 오늘은 중학년 두 번째 팀에 있는 친구 엄마가 수업 전에 찾아오셨다.

"안녕하세요. 저 00이 엄마예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저희 아이가 2학기에 전학을 와서 동네에 적응하는 동안 도서관 프로그램 수업을 이것저것 신청해서 하고 있는데요. 아이가 이 수업이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말이 없고, 친구들 앞에 나서서 말하는 건 더욱 힘들어하는 아인데 이 수업은 편안했다고 하더라고요. 아직까지 들었던 도서관 수업 선생님들 중에 제일 좋은 분을 만난 것 같다고 하면서 2주만 수업하는 게 아쉽다는 말까지 했어요. 그래서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직접 뵙고 인사하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감사하다는 말을 자꾸 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다.

"아이고, 아닙니다. 그렇게 말해줬다니 제가 너무 고맙죠. 이렇게 인사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까지 여러 기관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부모님한테 이렇게 직접 인사를 받아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감사한 마음이야 당연한 거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계획대로라면 11월 말까지 잡혀있는 수업만 마무리하고 줄이려고 했다.

남편과 함께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쪽 일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늘 같은 일을 겪으면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보람되고 자존감을 올려주는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이런 마음이면 수업하는 일을 정말 깔끔히 정리할 수 있을까?

행복하고 감사하면서도 복잡해지는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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