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겨진 주말.
아들들은 여행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남편은 약속 있어서 나가고,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덩그러니'라는 단어가 좀 쓸쓸하게 들리긴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조용히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식탁에 펼쳐놓은 노트북 앞에서 꼼짝 안 하고 4시간 동안 앉아있었다.
일하면서, OTT 영화 보면서 멀티태스킹을 했다.
오후 3시밖에 안 됐는데 밖이 점점 어두워졌다. 물론 집안도 어두워졌다.
고요한 집안에 키보드 치는 소리, 마우스 클릭 소리, 영화 속에서 싸우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이 소리가 동시에 멈춰버리면 뚝, 탁, 틱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나는지 모를 소리에 순간 오싹해졌다.
그래도 대수롭지 않은 척 다시 일을 하고, 영화를 보고, 또 무서워하고를 반복했다.
결국 영화는 끝까지 다 봤지만, 일은 끝내지 못했다.
완벽한 멀티태스킹을 원했지만, 실패!
멀티태스킹이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딴짓만 하고 말았다.
집중력도 나만 덩그러니 남겨두고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