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아서 할 게

by 써니

주말 아침, 여유로웠다. 지난밤에 휴대전화 알람을 끄고 잔 덕분이었다. 느지막이 일어나 요가 매트 위에서 몸을 풀었다. 여유로움을 아는 몸은 쭉쭉 잘 늘어났다. 몸이 이러니 마음도 다정해졌다. 늦잠 자는 아들들도 깨우지 않았다.


둘째는 이미 일어나 침대에 누워있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실실 웃고 있었다. 살짝 고개만 내밀어 잘 잤냐는 인사를 했다. 물론 대꾸는 없었다.

아침 준비를 했다. 간단하게 과일을 깎고 달걀을 삶았다. 달걀이 삶아지는 동안 지난밤에 쓰고 의자에 걸어둔 수건들과 아들들 방에 뒹굴어 다니는 옷들을 주워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동선을 옮기며 오늘 일정을 정리했다. 쌓여 있는 일이 있으니 우선 회사에 출근하고, 오후에는 첫째를 미용실에 데려다주고, 대형마트도 들러야 했다. 머릿속에 세부적인 것들을 정리하는 데, 둘째가 주방으로 나왔다. 여전히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둘째에게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지만 들릴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오른쪽 이어폰을 잃어버려 왼쪽 귀만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생일에 아빠가 큰맘 먹고 사준 사과 이어폰은 오락실에 가서 잃어버렸다. 비싼 이어폰이라, 게다가 자신의 실수로 잃어버린지라 다시 사달라는 말도 못 하고 그냥 한 쪽 귀에만 꽂고 다녔다. 그럼에도 아들은 내 물음에 대답이 없었다.


나는 다시 다정하게 물어보았다.


- 아들, 아들은 오늘 뭐 할 거야?


친구를 좋아하는 둘째는 중학생이 되면서 주말이면 친구들을 만나서 점심 먹고, 노래방 가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래서 오늘도 그런 약속이 있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평일 같았으면 대답 안 하는 녀석에게 목소리 톤을 높였을 텐데, 다행히 주말이라서 이 또한 참아졌다.

나는 다시 물었다. 둘째는 또 대답이 없었다. 나는 둘째의 휴대전화 액정을 손으로 막았다. 그제야 내 얼굴을 보았다. 나는 그 틈을 타서 또 물었다. 둘째는 미간을 구기며 액정을 막고 있는 내 손을 치웠다.

- 내가 알아서 할 게.

둘째는 휴대전화를 보며 다시 실실 웃었다. 그러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아니 물어볼 수 없었다. 뭐, 더 이상 궁금해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마음이 제대로 긁힌 거다.

나는 완숙이 된 달걀의 껍데기를 벗겨 반으로 잘라 접시에 담았다. 위에 소금을 뿌렸다. 평소엔 그라인더를 두 번만 돌렸는데 어쩐지 그라인더를 돌리는 손이 멈추지 않았다. 식탁을 닦고, 과일과 달걀을 담은 접시를 놓고 남편을 불렀다. 불러도 나오지 않는 남편을 향해 소리쳤다.

- 여보 아침 먹으라고요!

주말 아침의 여유로운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남편은 이 여자가 주말 아침부터 왜 이렇게 날카로운가 싶어 눈치를 살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달걀을 입에 쑤셔 넣었다. 아들이 말한 ‘내가 알아서 할 게’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말을 곱씹으며 속으로 받아쳤다.


‘알아서 하긴 뭘 알아서 해, 알아서 하는 거라고는 개뿔 하나도 없으면서, 뭐 물어보는 것도 안 돼! 어디 얼마나 알아서 잘하나 보자.’ 혼자 콧김을 뿜으며 음식물을 씹어댔다. 남편이 두유를 컵에 따라 내 앞으로 밀었다. 체하겠다고 천천히 먹으라고 했다.

- 됐어. 내가 알아서 할게.


오늘따라 완숙 달걀노른자가 유난히 뻑뻑했다. 그럼에도 끝내 두유를 마시지 않았다. 꾸역꾸역 달걀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제야 아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와 똑 닮은 아들의 행태를 말이다.

남편이 따라준 두유로 주말 아침 식사를 마무리했다.

두유는 고소하고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주말 아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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