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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l 17. 2020

[오늘을 남기다]그냥 지나가버린 시간

3년째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 1년은 아이들 없이 자유로운 몸이 되어 무작정 집을 나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게다가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글쓰기, 그림 그리기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1년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무얼 하면 좋을지 생각했고,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를 계획했다.

그렇게 시작된 2년 차엔 더 의욕이 넘쳤었다. 마냥 즐겁고 행복했던 첫해와는 달랐다.

이제 목적이 생겨버린 것이다. 목적은 욕심이 되고 피곤함과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취미 활동을 하는 동아리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하나 싶어 다음 3년 차의 활동 여부를 고민하게 됐다.

2년 동안 활동하면서 행복했고, 욕심을 부려보느라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게 했던 곳이었기에 쉽게 돌아설 수 없었다.

결국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여유 있게 활동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덜컥 동아리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리더십을 발휘하 사람들을 이끌 자신도 없는데.

이 일을 어쩌나.

뭐 어떻게 되겠지?

그래 2년 동안 내가 받은 게 많으니 1년은 봉사는 할 수 있지.


복잡했던 마음을 다잡고 올해의 활동 준비를 했다.

여유 있게 즐기면서 잘 이끌어보리라는 내 결심은 그냥 결심만 한 걸로 끝났다.

코로나 19로 주 활동 장소였던 도서관의 문이 닫혔고, 계획했던 활동들은 상당 부분 멈췄다.   

일주일의 두 번 계획한 모임이 한 번이 되었다.

물론 여유는 있었다. 하지만 모든 회원이 함께 할 수없어 아쉬운 반쪽짜리 활동이 되어버렸다.


오늘 올해 처음으로 대부분의 회원들과의 모임을 가졌다.

상반기를 정리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전체 모임이었다.

겨울에 코트 입고 만난 이후 6개월 만에 얼굴 본 회원도 있었고, 아이와 함께 참석한 회원도 있었다.

서로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주제가 5분마다 바뀌는 수다를 떨며,

2시간 동안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도 함께 얼굴 보고 웃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 자리에서 그동안 수고했다고 노란 장미 화분 선물도 받았다.

별거한 거 없이 그냥 지나가 버린 시간이었는데 수고라는 말에 부끄러웠다.

하반기엔 코로나가 종식되어 이 부끄러움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20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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