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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21. 2020

[오늘을 남기다] 얼마만의 여유인가

아무것도 안 하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아들 두 녀석이 함께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다.

현관문을 닫고 뒤돌아 집안을 둘러보았다. 순간의 적막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비록 뱀이 허물을 벗어놓은 것처럼 여기저기 옷가지가 널려져 있었지만,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창문을 열어 차가운 공기를 집안 가득 채우고

밤새 집안에 갇혀있던 공기들은 밖으로 내보냈다.

단풍잎들 속에 숨어 재잘거리는 새 소리가 유난히 맑게 들린다.


커피 머신에 캡슐을 넣어 커피를 내리고, 살짝 데운 우유를 섞어 거품기를 돌렸다.

따듯한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들어 라테 향을 깊이 들이마셨다.


아, 이게 얼마만의 여유인가.

아무것도 안 하고, 이렇게 딱 1시간만 있어야지.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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