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Oct 14. 2020

[오늘을 남기다]  아이를 신뢰하는 건

아이를 강하게 만드는 것.

[참 괜찮은 눈이 온다] 요즘 읽고 있는 산문집이다.

작년에 에세이 수업 들을 때 작가님이 권해 준 책을 이제야 읽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함이 매력적이다.


오늘 아침에 읽은 부분에서

사랑을 받은 자 사랑할 줄 알고, 신뢰받은 자 강해진다.” 는 문장이 가슴에 꽂혔다.

물론 이미 아는 문장이다.

아, 이래서 책을 읽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 또한 해본다. 이미 다 알고 있어도 항상 잊고 살기에 책을 읽어 깨닫고 환기를 시켜야 하나 보다.


예준이가 영어학원을 끊은 지 1년이 되었다. 그동안 나하고 집에서 영어 동화책 읽기로 학원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도 떨어지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이 수업이 엄청 피곤하다. 나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다.

이제 좀 알았으면 하는 걸 여전히 모르고 있을 때는 짜증도 내고 답답해하는 표정 또한 숨기지 못하고 그대로 아이에게 드러낸다. 그러면 아이는 눈물이 그렁 하지만 차마 떨어뜨리지 못하고 움츠린다.

그래서 학원에 좀 다녔으면 좋겠는데, 학원은 싫고, 엄마랑 그냥 이렇게 하겠다고 버티는 아이 앞에서 또 한숨을 내뱉는다.

이런 상황들이 1년 사이에 얼마나 자주 반복되었겠는가.

요즘 들어 아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이던 찰나에 이 문장이 가슴에 파고 들은 것 같다.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어 얼굴까지 덮고 있는 예준이 옆에 누웠다. 꼭 안아주었다.

예준아, 엄마가 방금 책에서 읽었는데, 사랑을 받은 자가 사랑할 줄 알고, 신뢰받은 자가 강해진다네.

 예준이는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아니까 사랑은 할 줄 알겠고,

 엄마가 예준이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알아?”

나는 잘못을 빌기라도 하듯 속삭였다.


사랑하는 건 알지, 신뢰하는 건, 글쎄...”

잠결에 잘 모르겠다는 것처럼 얼버무렸지만 진심이 묻어났다.

나는 ‘내가 얼마나 너를 믿는지 아느냐며,’ 서둘러 변명을 늘어놓았다.

정말?”

예준이는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웃는다.

그럼, 당연하지.”


아, 내 아이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건 바로 엄마, ‘나’ 이거늘.  

그간 아이한테 비친  모습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2020.10.13




 


작가의 이전글 [오늘을 남기다] 인생 2막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