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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25. 2020

[오늘을 남기다] 알아주는 마음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분리수거 날이다.

 분리수거는 웬만하면 네 식구가 다 같이 나가서 한다. 쓰레기 양이 얼마 안되는 날도 종이 한 조각이라도 아이들 손에 들려 같이 간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집안일을 조금이라도 분담해야 한다는 게 남편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저녁 설거지가 많아, 난 설거지를 했고 아이들과 남편이 분리수거를 하기로 했다.


 남편은 아이들을 불렀다.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은 대답만 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남편은 두세 번 더 불렀다. 그제야 움직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쓰레기를 정리했다.  다 정리된 쓰레기를 가지고 현관문 밖으로 나가는 것도 쉬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분리수거를 하고 들어 온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정신없이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를 하며 들어왔고, 남편은 잠깐 사이에 늙어버린 얼굴을 하고 식탁의자를 빼서 털석 앉았다.  


 “우리 여보 고생이 참 많아.”


 남편은 설거지하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나 싶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남편은 ‘그냥’이라고만 말했다.

잠깐 사이 별일은 없었던 것 같다. 단지 아이들에게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며 언성이 높아지던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정도 가지고 저렇게 힘들어하는 거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남편의 알아주는 마음이 고마웠다. 그 마음을 표현해주어 더 감사했다.    


2020.10.25.

감사함을 기록하기로 결심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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