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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28. 2020

나한테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

9살의 사춘기?

2020년 현재

예준이는 11살, 종혁이는 9살이다.


오늘은 종혁이가 바쁜 날이다. 학교 마치고 곧바로 태권도와 피아노를 갔다가 가방만 바꿔 메고 영어학원에 간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바쁘다. 종혁이의 영어학원 가방을 들고 중간지점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저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는 종혁이가 보였다. 종혁이는 자전거를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은 선물 뭉치 두 개를 흔들면서 왔다.

“이건 뭐야? 누가 줬어?”

사탕하고 젤리가 예쁜 투명봉투 두 개에 담겨있었다.  

“하나는 태권도에서 주고, 다른 하나는 어떤 여자 친구가 줬어.”

“여자 친구? 누구?”

“몰라 모르는 애야.”

“이야~ 우리 종혁이를 좋아하는 앤가 보다.”

내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말하는 종혁이를 놀리듯 말했다.


“사실은 뻥이야. 하나는 피아노 학원에서 준거야.”

종혁이는 멋쩍은 웃음 터뜨렸다.


“그런데 왜 그런 뻥을 쳤어?”

나는 좀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물었다.


그냥, 그러면 좋을 것 같아서.”

종혁이는 이미 떨어진 지 오래되어 말라버린 낙엽을 밟으며 말했다. 그리고 알록달록 물든 단풍잎을 보며 한숨을 내뱉고는 말을 이었다.


종혁 : “나한테는 아직까지 겨울밖에 없었어. 나한테도 봄이 올까?”

엄마 : “왜 계속 겨울인데?”

종혁 : “내 마음은 항상 춥고 쓸쓸하거든.”


엄마 : “그래? 봄은 어떤데?”

종혁 : “봄은 따뜻하고 향기롭지.”


엄마 : “마음의 봄은 어떻게 오는데?”

종혁 : “여자 친구가 생기거나, 뭐, 내 마음대로 되는 거지.”


엄마 : “종혁이도 유치원 때 여자 친구 있었잖아. 그땐 봄이었으면서.”

종혁 : “그건 잠깐이지. 딱 2년. 그리고 다른 초등학교 간다고 헤어졌으니 뭐.”

......


엄마 : “여자 친구 사귀고 싶어?”

종혁 : “그... 럼...! 아... 나한테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

......


이제 9살인 너... 혹시 사춘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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