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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삶을 선택했다

by 이미진


직장을 그만둘 때,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오래 미뤄두었던 생각이 조용히 앞에 놓였을 뿐이다.


남편은 직업 특성상 지역을 주기적으로 이동해야 해서, 우리는 꽤 오랜 시간 주말부부로 지냈다.


그 생활이 불편하다기보다는,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를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2세 계획이 생겼고, 나는 다시 한 번 내 일의 형태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를 맞을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가장 크게 와닿았던 건,
‘내가 어디에 있든 지속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결정적으로 마음을 단단히 먹을 수 있었던 건,
내가 이미 프리랜서로도 이어갈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 덕분이었다.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생각보다 큰 자유였다.


어떤 사람에게는 오히려 불안 요소일 수도 있을 만큼 누구에게나 쉬운 결정은 아니겠지만, 나는 ‘가능성’이라는 작은 씨앗을 이미 손 안에 쥐고 있었던 셈이기도 하다. 나는 예전처럼 일과 삶을 억지로 구분하거나, 분리시키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일과 삶을 칼처럼 나누는 방식이 잘 맞지 않았다.

끊어내려 할수록 더 엉켜버리고, 분리하려 할수록 더 침범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오히려 삶 속에 스며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도망도 아니고, 충동도 아니다. 그저 내게 맞는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까웠다.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일, 어디서든 이어갈 수 있는 나만의 일, 지속 가능한 일을 선택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내 방식대로 길을 바꿨어요.
그리고 지금은, 지금이 참 좋다.


일과 삶이 서로를 침범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완성해주는 느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선택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그 믿음 하나로 오늘도 차근차근 나의 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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