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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o May 04. 2020

아침에 잠에서 깨는 노하우, 나를 사랑하는 것

적어도 나에게, 아침에 한 번에 잠에서 깨는 법은 간단하다. 밥벌이를 하는 것. 인턴, 대학원 조교,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지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출근하는 날이면 알람 소리와 동시에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직행해 샤워를 한다. 솔직히 나의 천성은 게으르다. 나갈 일이 없으면 눈을 뜨고도 침대에서 몇 시간을 미적미적 거리고서야 일어난다. 그런데 출근을 할 때는 왜 그렇게 벌떡 일어날 수 있을까?


MBTI나 심리검사 같은 것을 할 때 타인의 시선을 잘 의식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나는 그동안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는데,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으니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것 아니겠냐고 자평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그게 거짓인 줄 알겠다. 밥벌이 하지 않는 지금은 절대 내 의지대로 한 번에 잠에서 깨지 못해서다. 출근할 때 잘 일어나는 건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고용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신성한 이유가 아니라 눈치가 보여서, 더 솔직하게 욕먹기 싫어서다. 남의 눈치 없이는 아침에 잘 일어나지도 못하는 걸 보니 나는 그 누구보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사람인가보다. 나 자신을 위하는 일보다 남을 위한 일에 더 열심이었으니 말이다.


남을 위해 일할 때는 빠릿빠릿 하면서, 내 미래를 위한 일을 할 때는 한 없이 게을러진다. 이 얼마나 한심한가. 한편으로는 그동안 내 자아를 남의 눈치만 보는 놈으로 방치해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연기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했다. 일하느라 바쁜 부모가 있다. 평소에는 바쁘다며 아이를 돌보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을 내 아이와 억지로 놀아준다고 하면 아이는 마냥 기쁘기만 할까? 내 자아도 특별한 날이 아니라 평소에 잘 돌봐야 한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하다면 내가 사랑하는 일을 생각만 해도 눈이 번쩍 떠지지 않을까. 이제는 나를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아침에 잠을 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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