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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는 것이 좀 편안해졌다


나는 좀 까칠한 사람이다. 나를 까칠하다고 느끼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도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거나, 좀 사회화된 나를 만난 최근의 사람들일거다. 그 까칠함이 다른 사람에게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그랬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문득 문득 나 혼자만 느끼는 변화가 있다. 같은 상황에서,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지금은 다르게 행동함을 느낄 때, 내가 변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그런 일들이 요즘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러한 변화는 몇 년 전 다시 시작한 코칭 공부 때문일게다. 10년 만에 다시 들은 코엑티브 커리큘럼 과정은 컨텐츠가 변한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영어로 들었기 때문에 더 잘 배운 것 같다.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외국 코치들보다 책을 몇 번 더 봐야했고, 이해가 안되면 몇 번이고 곱씹어야 했다. 특히, 영어로 코칭할 때는 못알아 들으니 표정과 몸짓, 말의 멈춤과 속도, 감정의 변화를 계속 살펴야 했다. 말 자체는 알아들을 수 없으니 맥락을 계속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게 결국에는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 다른 학문이나 기술은 모르겠으나, 사람이 중심인 코칭은 그런 것 같다. 그렇게 커리큘럼과정이 끝나고 인증과정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니, 이제 좀 코칭이 무엇인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또 코칭을 많이 하게 되면서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여겨주려는 노력에서 이제는 실제로 그렇구나 라고 믿게 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관점이 변하니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좀 편안해 진 것 같다. 



어제는 큰 딸 아이가 유도복을 보여주었다. 예전 같으면 충고나 조언 같은 소리를 했을텐데, 한 번 입어보라고, 그냥 멋지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다시 그림을 그리는 습관을 들이려 하고 있다. 다시 그린 그림의 선은 당연히 엉망이다. 예전 같으면 짜증이 났을 텐데, 요즘은 그 안에서 잘된 점을 찾고, 재밌는 점을 발견하려고 한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그저 나를 위한 시간으로 바뀌고 의미를 거기서 찾는게 선을 더 잘 그리려 하는 것보다 나은 것 같다. 



예전에는 내 기준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그 사람의 기준,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고민해서 세운 충만한 기준을 가지고 함께 바라보려고 한다. 



내가 해야한다고 고집하는 것들을 좀 내려놓으니, 삶이 더 평안하다. 그러니 좀 더 살아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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