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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un 07. 2019

한국 토마토는 맛이 없다는 편견

6월, 토마토 스튜

요리책을 보다보면 재료로 쓰인 토마토는 가공토마토다. 홀토마토캔이거나 병에는 토마토 퓨레이다. 요리하는 사람의 편의를 위한 것일수도 있지만, 스페인 토마토의 진하고 깊은 맛을 우리나라 토마토로 내기가 어려워서 그렇다고 한다. 그 말을 굳건하게 믿고 요리할 때는 토마토퓨레를 사용해왔다. 장을 볼 때, 방울토마토는 자주 샀지만 큰토마토는 사지 않았다. 어짜피 당도가 낮다니 뭐.


우리 토마토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는 상태로 생협에서 장을 보다가 큰토마토 한 팩을 발견했다. 카프레제를 만들어볼까? 카프레제는 토마토 말고도 맛을 내는 재료들이 있으니 당도가 좀 떨어져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재료 밑손질을 해두려고 토마토를 숭덩숭덩 썰어서 밀폐 용기에 담았다. 맛이나 좀 볼까, 한 조각을 집어들었다.


음? 음? 음!!!! 너무 맛있잖아!

너무 달고 맛있는 토마토잖아!!


지금껏 나는 아주 철저하게 속아왔던 거다. 스페인산 생토마토를 먹어본 적은 없으니 그것보다 더 맛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맛있는 토마토'의 기준을 넘어서는 맛이었다. 꽉찬 단맛과 과즙, 부드러운 과육. 그냥 먹어도 이렇게나 맛있는 토마토를 어릴 때 엄마들은 왜 설탕까지 뿌려준 걸까.


말린채소
토마토 스튜



큰토마토 2개, 레드와인 2큰술, 말린채소 2줌

토마토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역시 스튜다. 큰토마토를 끓는 물에 삶아 껍질을 벗기어 숭덩숭덩 썬다. 그리고 냄비에서 뭉근하게 졸여준 뒤, 레드와인을 넣는다. 미리 불려둔 말린채소를 넣고 한번 더 푹 끓여준다. 토마토 스튜는 오래 끓일수록 단맛이 올라온다.

토마토 스튜에 와인을 넣으면 어른의 맛이 더해진다. 나는 술은 잘 마시지 못하지만 요리에 술을 더하는 것을 좋아한다. 술은 재료가 가지고 있는 맛과 향을 최고치까지 끌어올려준다.


어느 나라든 오랜시간 뭉근하게 끓여내여 재료의 깊은 맛을 내는 음식들이 있다. '소울푸드'라고 불리는 이 음식들은 꼭 추울때만 그리운 것이 아니다. 고단하고 지쳤을 대, 한그릇 비워내면 온 몸이 야들야들해지는 기분이 든다. 소울 푸드를 먹고 위로를 받는다는 건, 마음만의 문제는 아니다. 재료가 오랜 시간 조리되면서 소화하기 부드러워진 상태여서, 실제로 먹고 나면 속이 편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배가 적당히 부르고, 속이 편하면서 나른해지는 기분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내 영혼의 치킨수프' 라는 책 제목만 봐도 그렇다. 치킨 수프를 만드려면 닭육수가 중요한데, 닭육수 만드는 법도 같다. 오랜시간 닭을 삶아내는 것이 수프 만들기의 시작이다.


냄비 가득 끓여둔 토마토스튜는 밀폐용기에 나눠 담아 냉장보관하면 평일 내내 먹을 수 있다. 말린채소를 불려서 사용해서, 시간이 지나도 채소가 흐물흐물해지거나 변하지 않는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졌다면, 냉장고에 있는 스튜를 데워서 먹어보자.


음식이 이렇게도 위로가 되는구나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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