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단 Jul 10. 2021

나만의 포트폴리오 만들기

이직과 전직을 준비하면서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차는 쌓이는데 커리어도 쌓이고 있는 게 맞을까? 규모가 큰 기업에서만 9년째 일을 하면서 급기야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긴 한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직원 수가 많은 대기업은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고 각자 좁은 영역의 업무를 수행한다. 오히려 별 문제 없는 회사 생활을 하다보니 팀이 바뀌지도 않고 같은 업무만 7년을 했다. 이렇게 계속 있어도 될까... 싶을 때쯤 같이 일했던 선배의 추천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새로 옮긴 회사에서도 같은 업무를 했다. 기업문화와 일하는 방식이 다르긴 했지만 홈쇼핑이라는 특정 산업에서 쇼핑몰에 들어갈 콘텐츠(상품/기획전)를 채운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 이직 6개월 후 쓴 글 5배 작은 회사로 옮긴 이유




포트폴리오를 써야 할 때


이직 후 1년이 흘렀다. 이직할 당시에는 똑같은 대기업 홈쇼핑이어도 조직문화와 인프라가 다른 만큼 배우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커리어가 정체된 것 같은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갔다. 같은 산업 안에서 같은 업무로 이직을 하고 나니 이제는 다른 산업으로는 갈 수 없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포트폴리오를 정리해보자


커리어가 불안할 때마다, 이직이 하고 싶을 때마다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며 마음 정리하곤 한다. 그렇게 2~3년에 한 번씩 이력서를 썼다. 이직한 지 1년만에 다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든 지금. 이제부터는 이력서와 함께 포트폴리오를 쓸 때라는 판단이 들었다.


'회사원' 이라는 정체성 외에도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경험과 역량이 생겼다. 그렇다고 이력서 안에 <개인 프로젝트로 독서모임 기획>을 쓸 수는 없으니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요즘 가장 큰 도움을 받고 있는 <독립한 마케터, 정혜윤>님의 기록을 참고했다. 나만의 포트폴리오 만들기

**혜윤님, 감사합니다! 남겨주신 글에 영감 받아서, 같은 제목의 기록을 남겼어요.


혜윤님은 사회생활 이전 기록들까지 타임라인으로 정리해두었다. 혜윤님의 기록 중에 초등학생 때 강원도에 있는 생태학교에 주말마다 가서 나비 도감을 외우고, 강원도 분교에 몇 달을 교환학생으로 지냈던 것, 중학생 때 동생과 회원수 1,000명짜리 포토샵 강좌 카페를 운영했던 것이 재미있었다.


나는 왜 지금까지 살아왔던 기억을 남기지 않았을까? 돌아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해서' 한 경험보다는 '해야 하니까, 하라고 시키니까' 했던 경험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에 이어 지난 회사 생활 9년을 그렇게 보냈다. 어쩔 수 없이 했던 일들을 경험으로 남길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이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 다들 싫어도 버티는 거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포트폴리오'를 써보자고 결심하게 된 건 '좋아서 벌인 일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2년전부터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돈이 되지 않아도 독서모임을 만들고, 티(tea) 워크숍을 기획하고, 책을 출간했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기록하고 싶어졌다. 너무 재미있고 설레이고 가슴이 쿵쾅거리는 순간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글로 남겼다. 하나씩 모인 기록들은 블로그, 브런치, 인터뷰 기사, 책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의 포트폴리오가 되었다.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쓰는 걸까?


포트폴리오를 써보자! 생각까지는 했는데 그래서 어떻게 정리해야 한 눈에 매력적으로 보일까? 방법을 모를 때는 잘한 사람들을 모방하는 게 가장 좋다. 이번에도 혜윤님의 기록에 큰 도움을 받았다. 노션으로 나만의 포트폴리오 만들기


요즘은 대부분 노션으로 개인 포트폴리오를 작성한다. 그래서 이력서를 제출할 때 노션 포트폴리오 주소를 적으라는 채용 공고도 많다. 이처럼 사용자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노션으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노션으로 포트폴리오 만드는 이유


1. 페이지 in 페이지 구조

활동 이력들을 그룹핑하고, 더 알리 싶은 내용들은 상세 페이지로 연결시킨다.


2. 언제든 수정할 수 있다

워드파일로 작성해서 전달한 이력서는 수정하고 싶은 내용을 고칠 수 없다. 나는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완벽하게 마무리하다가 지금 온 기회를 흘려보낼 수는 없다. 언제든 기회가 오면 빠르게 검토하고 잡으려고 한다. 그래서 구글 공유 문서나 노션과 같은 공유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의 문서를 선호한다. 최대한 주어진 시간 내에 써서 보내고 추가로 생각나는 점들이 있다면 이후에 수정 해두면 된다. 무엇보다 1개의 소스만 관리하면 되므로 편리하다. 이력을 업데이트 할 때마다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들을 하나씩 수정하기란 쉽지 않다.


3. 심플하고 보기 좋은 UI

요즘 생산성 도구의 트렌드다. 콘텐츠만 작성하면 된다. 이미 어느 정도 편집 템플릿이 정해져 있다. 제한적이지만 심플하고 강력한 UI 안에서 보기 좋게 정리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주요 이력의 나열이 아니다.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느냐> 이다.


포트폴리오 이름 아래에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를 적었다.

지난 기록에서 발견한 나의 핵심 키워드 <자아 발견 커뮤니터>


** Connecting the Dots, 나의 지난 이력을 이어본 기록 인스타 팔로워 1천 명이 되기까지



내가 만든 포트폴리오는 회사 이력서에 담지 못한 이력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다. 그래서 회사 이력은 간단하게 적었다.


그 다음으로는 여러 이력 중 가장 보여주고 싶은 항목들을 그룹으로 묶었다.


글쓰기 활동은 추가할 상세 기록들이 많아서 각각 링크를 걸어두었다. 바로 이것이 노션의 장점이다.


** 완성된 포트폴리오를 공유합니다. https://bit.ly/2VtM3Rt

아직 부족함이 많은 포트폴리오라서 계속 업데이트해 나갈 거에요. 그 과정을 함께 봐주신다면 큰 응원이 될 겁니다.



포트폴리오로 이제 뭘 하지?


이렇게 작성한 포트폴리오는 내가 보려고 정리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나를 알리고 기회를 잡으려는 데 있다. 그럼, 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글을 시작하면서 고백했지만, 나는 지금 이직 1년만에 다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쉿- 비밀!) 9년간 세 번의 대기업 경험을 했다. 이제 대기업에서 더 성장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물론, 대기업에서도 충분히 성장하고 자신의 무대를 확장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기회도 많다. 다만, 이제 더 이상 이 곳이 나의 무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 뿐이다.


스타트업 이직을 도와주는 서비스에 지원했다. (이 기록도 자세히 남길게요!)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이 낫다고 일반화는 하고 싶지 않다. 스타트업에서 만족하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자신과 잘 맞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된다면 현재보다 만족스러운 일과 삶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위에서 공유한 포트폴리오로 이직 지원 프로그램에 합격했다. (무료로 하는 상담&지원 프로그램이다 보니 대상자도 선발을 통해 정해진다.)


스타트업에서는 나처럼 9년간 대기업을 다닌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 과연 나는 9년간의 대기업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까? 이 포트폴리오가 그 시작이 되어, 스스로를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




스타트업에 잘 맞는 성향이 있을까?


스타트업에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궁금했는데

커리어 엑셀러레이터 김나이 & 커리어 인큐베이터 장영화 대표의 영상을 보며 '역시, 나다!' 생각하며 봤다.


https://www.youtube.com/watch?v=RE-4D8W886o&t=923s




나를 믿는 용기


어떤 일이든, 어떤 직업이든, 어떤 분야이든

막상 시작하면 실망하게 된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고, 보상이 적고, 후회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시작이란 것을 하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야 한다.

용기를 내어 보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는 '긍정성'은 좋은 면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안 좋은 면까지 껴안고 걸어가는 것이다. 나는 내 안의 긍정성을 믿고 용기를 내어 이 다음 단계로 나를 데려가 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