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돈의 의미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1,000명이 되었다.
1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계정도 많은데 고작 1천명? 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 '자! 이제 인스타그램을 이용해서 뭔가를 해볼까?' 마음 먹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천명? 대체 이건 어떻게 하는거야? 내가 그랬다. 나의 목표는 1만명이 아니라 1천명이었다. 그 이유와 과정을 소개한다.
스스로를 숫자와 돈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한다고 믿었고, 돈과 숫자를 강조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실 속으로는 진짜 중요한 게 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숫자와 돈을 나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무시하고 적대시했다.
생각이 바뀐 것은 본격적으로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면서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혼자서 꿋꿋하게 걸어가면 된다고 생각했고, 물론 그것도 의미있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숫자와 돈을 능숙하게 수단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고 싶은 일을 지금보다 많이 하려면 방법은 두 가지이다.
1) 그 일을 직업으로 삼거나
2) 직업 외의 시간을 모두 하고 싶은 일로 채우거나.
1)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으려면 일정 시간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당장 직업을 바꾸기는 어렵다. 2) 그렇다고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니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하루 평균 2시간은 출퇴근으로, 이동 시간 포함해서 2시간은 운동으로, 1시간은 집안일로 쓴다. 아침은 빠듯하고 저녁은 지친다.
보통 2) 단계에서 1) 단계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로 1) 단계로 가기에는 시간과 돈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지금 내 위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면 2) 단계와 1) 단계의 사이에 위치해있다. 퇴근 후 시간을 전략적으로 하고싶은 일에 몰입해서 쓰고 있다.
처음부터 2)에서 1)로 넘어가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다보니 뭔가를 계속하려면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들을 실행에 옮겼다.
남들을 따라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마케팅 강의, 회사 밖에서 일을 시작하는 방법, 번역 강의 등등 유료강의를 찾아 들었다. 관심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사람들을 따라했다. 팔로워가 많은 사람, 구독자가 많은 사람, 출간 저서가 많은 사람의 결과가 아니라 노력의 과정을 공부했다.
※ 혹시 위의 강의가 궁금하시다면? 다 정말 도움되었어요!
[클래스101] 회사 안에서도 밖에서도, 나를 브랜딩하며 독립적으로 일하는 법
2013년 ~2014년 | 첫 회사에서 교육 담당자로 일 시작. 기업 교육 분야가 잘 맞다고 느꼈다. 회사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퇴근하고 교육 공부를 했다. 독립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기업문화가 맞지 않았다. 보수적인 남성 중심 문화였고 성희롱 사건이 빈번했다. 참다가 아무 준비도 없이 퇴사해 버렸다. 27살이었고 뭐든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믿었다.
2015년 |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전과 다른 직무로 재취업을 준비했다. 홈쇼핑 회사에 다시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들뜬 동기들과 달리 두 번째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모든 게 시시했다. 입사와 동시에 독립을 준비하기로 했다. 블로그 글쓰기, 베이킹 자격증 공부를 했다.
2016년 ~ 2018년 | 콘텐츠 집중 소비의 시기. 퇴근 후 독서, 요가, 명상, 요리, 베이킹, 차 마시기 취미활동을 꾸준히 했고 인스타그램에 기록을 남겼다. 지금보면 이 때는 콘텐츠를 '생산'할 능력은 없었다. 민망한 사진과 글을 올렸다. 그래도 꾸준히 지속했다. 브런치에 도전했지만 탈락했다.
2019년 | 이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에 다시 도전했고 합격했다. 오래전부터 관심 있었던 티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6개월간 3개 코스를 수료했고 250만원을 투자했다. 가을에 차와 명상을 접목한 <차향 워크숍>을 열었다. 첫 도전이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00명, 브런치 구독자는 300명 이었다.
2020년 | 도전을 지속했다. 차향 워크숍을 총 4회 진행하다가 코로나로 중단했다. 동네서점에 기획안을 보내 독서모임을 열었고, 트레바리 신임 공무원 독서모임 리더로 선발되어 활동했다.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안을 받았다. 일기쓰듯이 브런치에 올린 <매일매일 채소롭게> 매거진으로 출판 계약을 했다. 회사 밖에서 총 225만원을 벌었다.
2021년 | 책을 잘 팔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마케팅 강의를 들었다. 홍보물을 만들려고 디자인 강의도 들었다. 4월에 책이 출간되었고,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이제 뭘 시작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첫 책이 나왔다고 온 세상이 나를 찾아주는 건 아니었다. 이전과는 다른 시도를 시작해야한다는 느낌이 왔다. 콘텐츠를 만들어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Connecting the Dots. 나의 발자취를 모아보니 답이 나왔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흔들리는 요즘 어른들을 위한 공부 커뮤니티를 만들자. <함께하는 독학클럽>을 만들었다. 첫 시즌을 운영 중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000명, 브런치 구독자는 1,700명을 넘어섰다.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하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뭘까?' 고민하고 시도했고, 9년차가 되었다. 이제는 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느낌이 왔다. 이 시점에서 단계를 넘지 않으면 준비만 열심히 하다가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안주하는 직장인으로 끝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긱 이코노미'를 말하더니 이제는 '패션 이코노미'라고 한다. 진정한 팬 1,000명만 있으면 자신만의 콘텐츠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천 명이 한 달에 만원씩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구독하는 개념이다.
긱 이코노미에서 패션 이코노미로
인스타그램 마케팅 강의를 들었을 때 나의 목표는 <팔로워 천명>이었다. 팔로워가 만명 정도는 되어야 그 영향력을 기반으로 경제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나의 목표는 천명 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마케팅 대행 업체 없이 순수하게 콘텐츠와 관리만으로 팔로워 만명을 만들려면 퇴근 후 모든 시간을 인스타그램에 쏟아야 한다. 그러면 콘텐츠와 영향력(팔로워)의 주객이 전도된다. 콘텐츠 인풋과 아웃풋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려면 천명이 현실적인 목표였다.
이틀 전,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천 명이 되었다. 팔로워 천명은 나에게 <시작을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은 좁다. 좀더 넓게, 자유롭게, 나답게 일하기 위해 지금까지 공부하고 기록하고 수집했던 정보들을 나눌 계획이다. 그냥 정보 공유가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방식으로 딱 맞는 내용을 전달하고, 고민을 함께 해결해나갈 것이다.
딱 2년 전, 2019년 여름의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 책 한권 내보고 싶다
✔ 독서모임 호스트를 해보고 싶다
✔ 차와 요리 클래스를 열고 싶다
✔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천명 정도 될 수 있을까?
그리고 2년동안 꿈을 모두 현실로 만들었다. 그것들이 다른 이들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2년 전 나는 도대체 책이란 걸 쓰려면 뭐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나를 브랜딩해서 소셜 모임을 여는 게 가능한건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누가 그 시작을 어떻게 하는지라도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앞으로 나는 나만의 일을 나답게, 내가 원하는 만큼 하기 위해서 숫자와 돈을 더 잘 다룰 것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숫자와 돈의 비겁함을 넘어서고 싶다.
시간, 돈, 몸, 관계, 마음의 주인이 되는 법을 함께 공부하고, 실천해보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언제나 알 수 없는 힘이 솟아난다. 새로운 프로그램도 잘 될 거라고 믿고 되는 판에 또 한번 나를 걸어 보려한다. 겁쟁이였던 나는 언젠가부터 나를 믿게 되었다. 잘 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