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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Feb 20. 2022

기록에도 순서가 있다

<4-STEP 메모>로 영감 POOL 만들기

"뭐라도 좋아. 일단 써봐."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친구에게 응원을 건네면 돌아오는 답이 있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


사람들은 자신의 키워드를 먼저 찾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반대로 해야 한다. 콘텐츠를 어느 정도 만들어야 비로소 키워드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그 전까지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고?


사람마다 '자주 하는 생각'이 다 다르다. 반복해서 고민하는 문제, 자주 감탄하는 상황,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을 기록하다보면 내가 어떤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지 알 수 있다. 그때마다 잊지않고 기록을 해두면 나중에 키워드를 찾기가 쉽다. 생각 날 때마다 기록해둔 아카이빙도 있으니 키워드를 찾은 후 바로 콘텐츠 만들기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기록해야 할까? 그냥 메모장에 생각나는 걸 날짜별로 주르륵 적으면 될까? 나중에 몰아서 쭉 읽으면서 공통 키워드를 찾으면 될까? 그 방법은 비효율적이다. 기록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어서 키워드를 찾기도 쉽지 않다.


기록은 정리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언제든 바로바로 꺼내쓸 수 있어야 의미 있는 기록이다. 어디 적어뒀던 것 같은데...? 하다가 결국 못 찾는 기록은 오히려 독이다. 뭔가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돌아보면 남는 게 없다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정리와 동시에 기록한다는 것은 생산을 염두에 두고 소비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생산과 소비는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세운 기록의 원칙은 이렇다.



디지털 텍스트

데이터로 남겨야 한다.


디지털 데이터의 장점은 활용, 호환, 검색 이다. 기록하는 이유는 써먹기 위해서다. 손쉽게 써먹기 위해서는 손글씨가 아니라 디지털 데이터로 남겨두어야 한다. 호환을 위해서는 사진이 아니라 디지털 텍스트여야 한다. 사진으로 남겨둔 기록은 나중에 검색하기도 어렵다. 꼭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경우는 텍스트로 태그를 달아둔다.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즉시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영감은 자주 오고 빠르게 사라진다. 문득! 좋은 생각이 났을 때 놓치지 않고 기록하려면 <기록의 행위>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나는 구글 KEEP 앱을 이용한다. 휴대폰을 켜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KEEP 앱이 있다. 아이디어가 번뜩이면 1초 안에 앱을 실행해서 우다다 적는다.



남이 봐도 알 수 있도록


아무리 잘 기록해두어도 시간이 지나면 어디에 어떻게 기록했는지 알기가 어렵다. 내 메모를 남이 봐도 알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한다. 나만의 분류체계도 좋지만 직관적이어야 한다. 노트를 보고 단번에 '아, 이거였지!' 떠올리려면 일정한 템플릿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뇌는 반복된 사고 흐름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전체 활동 중 일부를 자동화하면 저장할 수 있는 정보량이 그만큼 늘어난다.




4-STEP

메모 정리법



나는 <4-STEP 메모>로 기록하고 정리하고 콘텐츠를 만든다. 각 단계별로 다른 생산성 도구를 사용한다. 단계 액션에 딱 맞는 성격의 도구로 작업을 최적화했다. 보다 쉬운 설명을 위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소개하겠다.


STEP 1. 아이디어 키워드로 적기 (구글 KEEP)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찰나. 놓치지 않고 구글 KEEP으로 적어둔다. 이 작업만 잘 해두어도 별도로 아이데이션을 위해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KEEP에 아래와 같이 아이디어를 메모했다. 아직은 엉성한 키워드 나열식 문장 몇 줄이다.

영감이 쏟아지는 기록법
글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
검색 인덱스가 편하고 무엇보다 그 순간에 글 포맷으로 순간 자체를 받아들이고 편집하는 것부터 시작



STEP 2. 메모 카드 나누고 & 모으기 (노션)

매일 하루를 마무리하며 구글 KEEP에 있는 메모를 노션에 옮긴다. 이 작업의 핵심은 [태그붙이기] [나누기] [모으기] 이다. 각각의 아이디어에 태그를 붙여주는 것이다. 나는 2단계로 태그를 분류한다.


1단계: 소재 유형에 따른 태그

일단 처음에는 [TO DO] 태그를 달아둔다. 대기실에 잠시 놓아두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에 제목을 붙여준다. 처음 메모를 쓰던 상황을 떠올리며 제목을 생각해본다. 사람들이 최근에 나에게 "사이드 프로젝트 노하우" "시간 관리"에 대해 자주 물어본다. 대답을 생각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많은 일을 해나가는 모습이 마치 저글링 하는 것 같다.

저글링에 나도 모르는 시스템이 숨어있는 것 아닐까?

그 시스템을 찬찬히 뜯어보면 어떨까?

우선 내가 기록하고 생산성 도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래서 이런 제목이 떠올랐다.

7개 직업을 저글링하는 시스템


노션 카드를 만들어 TO DO 태그를 붙인다. 이제 이 주제와 관련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KEEP이 아니라 여기에 바로 적는다. 


노션 카드 안에는 이런 메모들이 적혔다.


이렇게 메모들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가진 콘텐츠 형태가 되면 그 다음 단계의 태그를 달아준다. 

2번째 태그는 [브런치] [북저널리즘] [이커머스] [인스타/블로그] 이다.

나는 브런치/북저널리즘/인스타/블로그 채널은 운영하는데 각각의 채널마다 독립적인 메시지로 콘텐츠를 업로드한다.


[브런치] 성장일기.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

[북저널리즘] 선언적인 논지의 칼럼. 감정보다는 사회 현상, 트렌드, 확인된 사실로 설득한다.

[인스타/블로그] 사진으로 보여주기 좋은 일상의 장면을 짧은 에세이와 함께 구성한다. 블로그에는 레시피나 재료를 길게 소개하는 글을 쓴다.


그리고 역시 생각날 때마다 아이디어의 살을 덧붙여 메모를 정리해둔다.


STEP 3. 긴 글로 설명 붙이기 (에버노트)

메모가 어느 정도 충분히 쌓이고 나면 에버노트에 긴 줄글 형태로 완성한다. 글의 서식은 신경쓰지 않고 <내용만 완성>한다.




STEP 4. 하나의 아티클로 완성하기 (브런치/북저널리즘)


에버노트에 쓴 글을 브런치 또는 북저널리즘에 옮겨서 쓴다. 이 때는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편집>한다. 적절한 사진을 찾아서 붙이고, 읽기 쉬운 호흡으로 문단을 정리하고 글씨 크기와 폰트, 컬러를 조정한다. 그렇게 다듬어진 글이 바로 이 글이다.



기록은 단계별로

작업은 중구난방으로


위에 소개한 4-STEP은 여러 개의 아이디어와 글감과 글이 동시 다발적으로 작성된다. 차를 마시다가 "차 권하는 사회" 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구글 KEEP에 적는다. 차를 마신 후 책을 읽다가 "컬러 배스 효과"라느 개념을 접한다. 이 개념을 <7개 직업을 저글링하는 시스템> 글 중 "참고 자료 찾기" 부분에 넣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노션에 적는다. 계속 책을 읽다가 몰입의 즐거움을 느낀다. 꾸준히 공부하는 것에 대해 써둔 글에 그 즐거움에 대한 내용을 추가한다.



갑자기 이전에 발행한 브런치 글이 떠올라 읽다가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고쳐쓰기도 한다. 기록은 아이디어의 구체화 단계를 지켜서 태그를 붙이고 나누고 모으는 작업을 거쳐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게 좋다. 하지만 작업은 자유롭게 한다. 큰 틀만 만들어두고 그 안에서는 최대한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기준으로 보면 시스템 안에서 단계별로 구체화되고 구조화된다. 그러나 그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는 여러 아이디어는 각각 다른 단계에 있고, 다른 속도와 깊이로 발전된다.


이렇게 작업하는 것의 장점은 매일 조금씩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에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올려 완성도 높은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 그럴만한 시간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생각이 날 때마다 아이디어를 모으고, 수정하고 업데이트하면 틈틈히 작업을 해서 일주일에 하나의 콘텐츠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다.  동시에 여러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다.


기록과 동시에 정리하고, 정리와 동시에 발행한다. 이것은 일의 마지막을 그려보면서 시작하는 것과 같다. 잘 갖춰진 시스템의 장점은 수행에 힘이 덜 들어간다는 것이다. 시스템이 돌아가는 구심력에 몸을 슬쩍 내맡기다보면 어느새 생각이 메모가 되고 글감이 되고 글이 되고 콘텐츠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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