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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ul 20. 2021

글쓰기 스타일을 바꿔야 읽힌다

나를 위한 글쓰기에서 남을 위한 글쓰기로

이전 글로 <읽히는 글을 쓰는 법> 을 정리해보았어요.

오늘은 좀더 구체적인 사례를 가지고 읽히는 글을 알아보겠습니다.




읽히는 글을 쓰려면 우선 자신의 욕망을 분리해야 한다. 내 하루를 기록해서 스스로 두고두고 보기 위한 글이라면 읽히고자 하는 욕망을 깔끔하게 포기해야 한다. 내 기록으로도 남고, 남들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일단 미뤄두자. 그 마음은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독자층이 형성된 이후에 다시 꺼내도 늦지 않다.


읽히고 싶다면 읽어줄 사람을 위한 글을 써야 한다. 모두를 위한 글을 누구도 위할 수 없다. 아래의 예시를 생각해보면 뾰족한 대상을 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패션 스타일링 콘텐츠 VS 재택근무자를 위한 휘뚜루마뚜루 홈패션
화를 잘 다스리는 법 VS 무례한 상사에게 웃으면서 대처하는 법


'클릭'이라는 행동은 돈이 들지 않지만 시간이라는 소중한 자원을 사용하겠다는 중요한 결정이다. 독자가 내어준 시간의 가치를 무겁게 느껴야 한다.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를 소비한다. 재미있어서 볼 수도 있지만 이것 또한 심심하고 무료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이다.


글은 독자의 문제를 명확히 이해/공감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콘텐츠이다. 문제를 정확하게 공감하는 것 자체만으로 독자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사이트를 줄 수도 있고, 자세한 TIP을 제공해서 지금 당장의 문제를 도와줄 수도 있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읽는 사람에게 무엇이든 줄 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위해 썼던 글이 타인에게 읽힌다면 그것은 나를 위해 노력했던 과정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지, '나를 위해 쓴 글'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나와 타인을 모두 위하는 글은 무엇일까?

내가 썼던 글 중 조회수/공유수가 높았던 글을 예시로 살펴보자면,


조회수 기준 BEST 5


공유수 기준 BEST 5


브런치북 <아직 회사원입니다> 는 브런치 메인에 여러 번 노출되고, 브런치 카카오 채널에 소개된 적이 있다.

브런치 매거진 <매일매일 채소롭게> 는 메인에 여러 번 노출되고 출판사 제안으로 출간된 책이다. 조회수 & 공유수 상위 글들은 모두 여기서 나온 것이다. 많이 보여질 수록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이 글들은 왜 무슨 이유로 관심을 받은 걸까?




위로하는 글

당신의 마음을 나는 알아요


조회수 & 공유수 1위 <취미하려고 회사갑니다>는 조회수, 공유수, 댓글수, 좋아요수 모두 높은 글이었다. 회사에 다니며 남는 시간에 취미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취미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한 돈을 벌러 회사에 다닌다는 이 선언적인 글에는 다양한 의견이 댓글로 달렸다.



간간히 조롱과 비난 섞인 댓글도 있었지만 공감한다는 댓글도 많았다. 공감한다는 댓글은 '제 마음을 쓴 것 같다.'라는 표현이 가장 많았다. 평소에 하고 있던 생각을 누군가 깊이 있게 고민해서 정리해둔 글을 보면 자신의 마음도 같이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쓴 글이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 <생각 정리의 과정> 이 누군가에게는 참고할 만한 예시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행한 브런치북 <엄마와의 거리두기>는 아직 조회수, 공유수가 낮지만 완독률이 4.7%로 평균 브런치북 완독률 2.3%보다 2배 이상 높고, <아직 회사원입니다> 완독률 (1.3%) 대비 3배 이상 높다. 일단 한번 읽으면 다른 글보다 더 몰입해서 끝까지 읽는다는 것이다.


<엄마와의 거리두기>야말로 내 감정을 쏟아낸 자기치유 글쓰기였다. 내 민낯의 바닥을 모두 드러냈고, 친한 친구가 볼까봐 다른 SNS 계정에서 브런치 링크를 모두 끊어버릴 만큼 솔직하게 부모와의 관계를 적었다. 메인에 노출된 적도 없는데 순식간에 조회수가 올랐다. (누적 조회수 2만) 댓글도 정말 많이 달렸다. 공감했다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지만 부모가 키워 준 은혜도 모르냐는 심한 악플도 너무 많이 달려서 댓글창을 닫아버렸다.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조회수가 일정한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조회수가 1만이 넘어가면 악플이 최소 1개 이상 달린다는 통계를 체험으로 알아냈다.)


내가 쓴 것중 가장 날 것의 글쓰기였는데, 왜 사람들은 이렇게 많이 공감했을까? <엄마와의 거리두기>는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2달 내내 밥 먹고 일하는 시간 외에 온통 나와 엄마의 관계만을 치열하게 탐구한 결과물이다. 엄마와 갈등을 겪는 딸들은 세상에 정말 많다. 그들이 모두 모녀관계를 깊게 파고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매일 문득문득 일상을 괴롭히는 문제에 대해서 누군가가 밑바닥까지 무너져가며 쓴 글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이 브런치북에는 유독 눈물 나는 댓글들이 많았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의 감정 지도 그리기> <오래된 편지 상자 열어보기> <어린시절 일기 다시 읽기> 등 그동안 용기가 나지 않아 하지 않았던 일들을 했다. 내가 외면했던 나의 어두운 면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독자들은 그 용기에 감동받았다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데, 내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나는 나의 마음을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그것은 나와 비슷한 마음의 모양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바라봐주는 것이기도 했다. 나를 스스로 적극적으로, 치열하게, 꾸준히 위로하는 것은 타인을 위로할 수도 있다.





위로와 용기는 맞닿아 있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글은 그 사람에게 용기를 준다. 다른 사람도 이렇게 생각하고 사는구나, 내가 잘못 된 게 아니구나 하고 안심하게 된다. 누군가는 그 마음에 돌을 던질 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거리를 두고 싶다는 나에게, 회사는 취미로 다닌다는 나에게 악플이 달린 것처럼.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게 진짜 내 속마음이고, 그 마음을 파고 파도 변하지 않았으니까.



** 정리, 마음을 돌아보는 글을 쓸 때

- 내 마음의 어떤 부분이 타인에게 공감이 될지 생각해보고
- 그 부분을 가장 밑바닥까지 파고든다
- 악플이 달려도 어쩔 수 없다. 내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되, 누군가를 향한 비방은 삼간다





정보를 알려주는 글


뾰족한 독자를 정하고, 그들을 위한 정보를 꾸준하게 제공해야 한다. 필요한 정보를 콕 찝어 정리해주는 글이라면 읽어볼 수 밖에 없다. 지금 내가 쓰는 <나답게 일하는 법> 매거진은 올해 초와 지금의 글쓰기 스타일이 다르다. 올해 초에는 일에 대한 나의 경험과 감정을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했다. 최근부터는 일을 통해 얻게된 나만의 정보과 노하우를 정리하고 있다. 스타일 변화를 기점으로 매거진 조회수,공유수, 좋아요수, 댓글수가 늘었다.


하나의 글에 특정한 독자를 염두에 두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안내한다.


인스타 팔로워 1천명이 되기까지 → SNS에서 팔로워를 늘리고 싶은 사람을 위한 문제해결법

시간을 남들보다 길게 쓰는 방법 →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시간이 없어 실행하지 못하는 직장인을 위한 시간 관리 방법

나만의 포트폴리오 만들기 → 밋밋한 이력서 말고 내 이력을 풍부하게 표현할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방법


각각의 사례에 이미지/통계 자료를 사용해서 보다 명확하게 근거를 제시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글들을 쓰면서 마치 이 주제의 온라인 강의 교재를 쓴다는 생각으로 작성했다. 미리 주차별로 주제를 정해두고, 평일 출퇴근 길에 내용의 흐름과 세부 자료들을 구상하고 주말에 한 주제씩 쓰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이 원리는 동일하다. 이미 인스타그램에는 고퀄리티의 감성 사진이 많다. 사람들은 더 이상 예쁜 사진에 혹 하지 않는다. 나한테 도움되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을 팔로우 한다.


아래의 두 사진은 사진 퀄리티만 봤을 때는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심지어 오른쪽 사진은 별로 잘 찍은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결과는 이렇게 다르다.


(왼쪽) 2019년 좋아요 33명, 저장하기 없음

(오른쪽) 2021년, 좋아요 123명, 저장하기 24건




오른쪽 사진이 123명의 좋아요를 받고,  24번의 저장된 이유는 바로 <만능 비건 채소 페스토> 레시피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는 채소 생활 사진을 예쁘게 찍어 올리는 것에 집중했다. 올해부터는 채소 에세이를 낸 출간 작가로서 일상에서 실천하기 쉬운 채소 활용 TIP을 공유하고 있다. 모든 게시물이 100명 이상으로부터 좋아요를 받고 있고, 팔로워수도 1천명을 넘어섰다.


** 정리, 정보를 알려주는 글을 쓸 때

- 독자를 명확하게 좁힌다
- 그들이 가진 문제 해결 상황을 구체적으로 가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 이미지와 다양한 자료를 제공한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글


누구나 완벽하게 아름다운 글을 쓰고싶다. 장강명 소설가도 '  권의 인생 소설' 쓰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꿈이다. 베스트셀러 소설가도 쓰지 못한 완벽한 글을 글쓰기 초심자가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오늘'   있는 것은 읽히는 글을 연구하고, 꾸준히 쓰는  뿐이다. 그러다 보면  중에 가끔 스스로도 사랑에 빠지는 글을  지도 모른다. 영감은 우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찾는 것이다.


나 또한 서툴고 부족한 작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글을 많이 읽고 꾸준히 쓰려고 노력한다. 나의 꿈은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꾸준히 쓰다보면 가끔 좋은 글을 쓰게 될 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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