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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ul 20. 2021

읽히는 글을 쓰는 방법

에세이스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며칠 전 브런치 제안 알림이 왔다. 여름 더위와 함께 매거진 원고 청탁, 스타트업 이직 제안, 인터뷰 요청 등 일이 파도처럼 들어오고 있다. 이번에는 어떤 일 제안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메일함을 열었다.


에세이스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버킷리스트 인데 막막해서 용기내어 여쭤봅니다.


엇... 예상했던 것과 다른 메일이었다. 실례했다면 양해부탁한다는 인사말이 포함된 정중한 메일이었다. 유명하고 글 잘 쓰는 에세이 작가들이 많지만 그 중에 이제 막 책 한 권을 출간한 나에게 물어본 이유는 아마 이것이었을 것이다.


크게 성공한 대가의 거창한 조언이 아니라 이제 막 한 발짝을 뗀 평범한 사람의 도움이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메일을 보낸 분은 구독자 1만명이 아니라 구독자 1천명까지 키워낸 사람이 할 수 있는 <지금 바로 적용 가능한 방법>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나 또한 오랫동안 고민했던 주제였다. 글에 대해서라면 성공보다 실패의 역사가 길었다. 초등학생 때 EBS 어린이 극본 공모에 떨어졌고, 스무살 때 대학내일 기자 글쓰기 시험에서 떨어졌고, 브런치 작가 신청도 탈랐했고,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소식이 없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아무도 공유하지 않았고, 블로그는 찾는 사람이 없었다.


유구하게 쌓아올린 글쓰기 실패의 역사에 '반전'이 찾아온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쩌다 우연히 얻은 성과는 아니었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는 실패 릴레이 속에서도 계속 글을 써왔으니까. 한글을 배운 이후부터 쉬지않고 글을 썼다.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날들이 더 많았다. 마음 속에 이야기가 너무 많았고 이걸 어떤 방식으로라도 꺼내놓아야 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내가 할 수 있는 배출의 수단은 글 뿐이었다.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좋으니까 괜찮다는 건 다 거짓 위로였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길 바랐고, 좋아해주길 바랐다. 읽히지 않는 시간이 쌓여가던 어느 날, 읽히는 글을 쓰는 법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읽히고 싶은 내 마음을 '좋아하니까 괜찮다'는 말로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아무도 모르게 써내려간 글이 세상을 향한 이야기가 된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글쓰기가 자기치유인게 뭐 어때서?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그 욕망을 안다. 명확한 타깃을 설정하고 기획/생산하지 않아도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 나도 그랬다.


지난 봄 [브런치 X 밀리의 서재] 전자책 공모전 심사 소감이 공개되었다. 이슬아 작가의 심사평 중 한 문장이 브런치 작가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자기 치유를 넘어서는 글이 많지 않았다.


이 심사평을 두고 이런 반응이 나왔다. '글쓰기가 자기치유인게 뭐 어때서?'


맞다. 글쓰기는 애초에 스스로를 위해 하는 활동이다. 처음부터 자기치유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자기치유를 위한 글쓰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욕망을 정확히 분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치유를 위한 글을 쓰고 싶은 건지,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 건지 분리해야 한다. 물론 자기치유를 위해 쓴 글이 많이 읽히는 경우도 있다. 백세희 작가가 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성공을 보며 우리 모두는 같은 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박은 확률의 영역이다. 정확히 말하면 준비된 확률의 영역이다. 백세희 작가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이미 훈련된 작가>였다.


이제 마음 속 욕망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 열심히 썼지만 읽히지 않는다면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읽히는 글을 써볼 필요도 있다. 읽히는 글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능력들이 쌓이면 결국 쓰고 싶은 글을 써도 읽히게된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사람들이 읽을까.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좋아할까.




좋아하는 마음은 재미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좋아한다고...?


사람들은 자극적인 이야기에 열광한다. 모든 자극이 다 질이 낮은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도 충분히 자극적이다. 우리가 읽는 글들의 대부분은 좋아하는 마음을 꾸준히 기록으로 남긴 결과물이다. 출간 제안을 받은 내 브런치 매거진 <매일매일 채소롭게>도 좋아하는 채소 생활 이야기를 글로 남긴 것이었다.


일주일에 한 가지 제철 채소를 구매해서 다양하게 요리하고 관찰한 일기를 모아놓고 나니 그 자체로 재미있는 콘텐츠가 된 것이다. 퇴근후 피곤한 몸으로 주방에 몇 시간동안 서서 만든 토마토 수프, 잎에서 고추 향이 나는 특이한 고춧잎, 까도까도 끝이없는 살구 손질하기 등등 정말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하기 어려운 활동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고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된다. 누구나 흔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지나치기 쉽지만, 누군가가 놀랄만큼 정성스럽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파고든 기록은 재미있다. 이렇게까지 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 자체로도 눈길을 끌고, 심지어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마케팅을 좋아하는 대학생이 관심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을 기록한 매거진은 마케팅 사례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베이킹 레시피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블로그는 베이킹을 이제 막 시작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정보를 차곡차곡 모아둔 기록은 재미있을 뿐 아니라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찾는 콘텐츠는 재미있거나 도움이 되는 것이다.




꾸준하게, 꾸준하게, 꾸준하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꾸준히' 써야 한다는 것이다. 데뷔와 동시에 인기를 얻는 배우는 많지 않다. 필모그래피를 착실하게 쌓다가 때를 만나는 것이다. 글도 똑같다. 우연히 읽은 글이 좋아서 이전 글을 찾게 되고, 다음 글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꾸준히 써야 하는 이유는 작가의 실력과 스타일을 보여줄 최소한의 양을 채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꾸준히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관점을 다루게 된다.


하나의 소재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거나
다양한 소재를 하나의 관점으로 다룬다.


이것이 작가의 매력을 만들어 준다. 글의 완성도가 높다고해서 그 작가의 글을 찾아 읽게 되지는 않는다. 그 작가의 글이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이거나,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경우에 읽게 된다.


AI만 딥 러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서 성장한다. 아래의 사진 중 왼쪽은 2018년 1월에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이고, 오른쪽은 2021년 6월에 올린 게시물이다. 3년 동안 베이킹/사진/포스팅 노하우가 늘었다. 한 개의 게시물에 달리는 좋아요 수는 16명에서 100명으로 늘었고, 팔로워수는 백명 미만에서 천명이 넘었다.




꾸준히 쓰는 것은 확률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목적도 있다. 잘 쓴 글이라도 무조건 많이 읽히는 것은 아니다. 인기는 실력을 전제로 한는 확률의 영역이다. 확률 게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면 일단 주사위를 많이 던져야 한다. 주사위를 6번 던진다고 해서 정확하게 1/6의 확률로 숫자 5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6번, 7번, 8번... 던지는 횟수를 늘려갈수록 확률은 1/6에 가까워진다.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한다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사람들이 관심 가질 주제를 선정해 꾸준히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주제를 단순히 '요즘 트렌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야'라는 이유만으로 쓴다면 그 애매모호한 감정이 글에 담길 수밖에 없다. 읽히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 글은 매력적이지 않다.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한다.


글쓰는 사람이 신이 나서 즐겁게 써야 읽는 사람도 재미있다. 원고료를 받고 글을 쓰는 직업 작가들도 자신이 절대 쓸 수 없는 분야의 글이라면 쓰지 않는다. (혹은 억지로라도 쓴다. 돈을 버는 일이란 어쩔 수 없는 영역이 있으니까.)




시작은 했는데

그 다음은 어떻게 해요?


요즘 자신의 일을 개척해나가는 사람들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원하는 방식으로 한다는 것은 시간, 일, 관계에서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다.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일단 시작하라고. 발을 한 발짝 내디딘 사람들이 그들에게 다시 묻는다. '시작은 했는데 그 다음은 어떻게 해요?' 그에 대한 답이 신기할 만큼 비슷했다.


1.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2. 내공을 쌓아서

3. 꾸준히 기록하라는 것


이 3단계는 순서대로 실행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서툰 시작부터 기록하고 공유하면, 그 과정을 응원하며 지켜봐주는 팬이 생긴다. 모두가 생각이 있다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실천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궁금하다.


1~3 단계를 모두 열심히 했는데도 성과가 없다면, 방향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글을 아무리 올려도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는 건 단순히 내가 글재주가 없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아갈 방향을 알려줄 수 있다. 1) 좀 더 오래 꾸준히 써서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2) 사람들의 반응이 조금이라도 있는 글과 아닌 글의 차이를 보면서 글쓰기 스타일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3) 글쓰기 플랫폼을 바꿀 필요가 있다.
-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김호


꾸준히 쓰는 것, 플랫폼을 바꿔보는 것은 이해가 쉬운데 2)스타일을 변화시키라는 말은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반응이 조금이라도 있는 글과 아닌 글의 차이에서 어떤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 이 이야기는 다음 번에 이어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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