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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ul 13. 2021

<불안한 어른>으로 산다는 것 - 1부

<함께하는 독학클럽> 여름시즌 두 번째 책

** <함께하는 독학클럽> 호스트 단단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정원, 효연, 혜수, 혜진, 지혜> 다섯 분과 함께하고 있어요.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다섯 명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가 더 넓고 깊게 확장되어 더 많은 분들과  연결되고 힘을 모으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가 함께 나눴던 이야기와 생각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더 많은 분들과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맞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기록은 호스트 단단의 관점에서 정리된 독서모임 이야기입니다.



불안한 어른 & 급진적 자기돌봄


** 텍스트 소개: <불안한 어른, 지금 한국의 서른을 말하다> 이민경, 북저널리즘, 칼럼 <2021년은 급진적 자기돌봄의 해>, 김정희원

** 아래 내용은 대화 녹취록이 아닙니다. 모임에서 나눴던 이야기와 독서노트에 작성된 내용을 기반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이번 책, 어땠어요?


단단 | 모임 오기 전 이미 독서노트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해주셨지만 그 중에서 같이 만나서 더 이야기하면 좋을 질문들을 꺼내볼게요. 모두 어떻게 읽으셨나요?


정원 | 요즘 공정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언급되잖아요. '공정하지 못하다'라는 개념은 상대적이어서 어떤 상황에서는 피해자이지만 또 다른 상황에서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공정에 대한 접근은 굉장히 섬세해야 하는데, 이 책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우선 이 책의 인터뷰이가 전부 대졸자라는 점부터 2030세대를 대표하는 집단이라고 보기 어렵고요. 저자의 논점도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고 느껴져요. <82년생 김지영> 소설을 언급하는 동시에 <남녀 차별 없는 환경에서 자라난 이삼십대>라는 표현을 쓴 점이 모순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자도 공정이라는 게임에서 진 사람들을 타자화한 건 아닌가 싶어요.


혜수 | 이분법적인 사고를 경계해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특정 정치인의 입장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자신이 보수면 보수 후보를 무조건 지지하고, 진보면 진보 후보를 무조건 지지하는 것이 옳을까요? 신자유주의가 가진 한계점이 많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지지해야 할까요? 저는 어떠한 명제에 대해서도 이분법 논리로 접근하지 않겠다는 전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해요. 신자유주의적인 주체는 타인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착취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라는 표현이 책에 나오는데요.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오히려 개인의 '자유'가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는 아이러니하게 느껴져요.


이렇게 모여서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라는 거잖아요. 그런 우리는 공정이라는 게임의 경기장에도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없어요.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내부자의 태도로 그들을 언급할 때를 제외하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사회에 최소한의 안전망이 없다면 소수만이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거에요.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이 단절을 더욱 심화시켜요. 복지나 세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고, 정부의 개입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인의 다양성도 존중되어야 하고, 또 정부나 기관이 완벽하고 적절하게 개인 간의 격차를 재분배하기란 불가능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무리 속에서 안전한 개체에요. 요즘에는 개인주의, 각자도생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고, 심지어는 금수저 흙수저론을 둘러싼 과격한 운명론까지 나와요. 특히 요즘 어른이라고 불리는 MZ세대들이 '이번 생은 망했어.' 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자신을 착취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이 사회에 맞서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힘을 모아 우리의 권리를 지켜야 하는데 오히려 그 상황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제도의 문제점을 수용해 버리는 거죠. 요즘 세대들이 토익점수나 디지털 역량과 같은 '개인 역량'은 굉장히 높은데도 불구하고, 비판적인 사고나 저항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스스로를 착취하고 개인만이 스스로를 책임지는 구조가 과연 생태계 본능과 일치하는지도 의문이예요. 가장 자연스러운 본성은 생태계 본능을 따르는 것일 텐데 무리를 이루어 사는 동물인 인간에게 100% 개인주의라는 개념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계층간의 착취를 위한 포장의 논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적인 불안은 초경쟁 사회에서의 생존 법칙을 몸에 익힌 경험에서 나오는 마음의 무늬일 가능성이 크다. 30대는 자기계발이 일상화되고 공동체의 기반이 무너진 사회 환경 속에서 자라고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아를 기업화하도록 변화했다고도 볼 수 있다.


효연 | 저는 정원님과 혜수님처럼 학문적으로 읽지는 못했고 제 상황에 대입하면서 읽었어요.


단단 | 효연님께서는 회사가 아닌 독립적으로 일하는 삶을 살고 계시잖아요. 회사라는 틀 밖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더욱 풍성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효연 | 대학생 때 유럽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4시면 다 퇴근을 하는 거에요. 일찍 퇴근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복지'라는 개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어요. 소득의 50% 정도를 세금으로 내더라도 모두가 이렇게 경쟁적이지 않은 삶을 누리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막상 개인사업을 하다보니 마음이 좀 달라지더라고요. 회사에 다니시는 분들은 세금을 떼고 월급을 받는 거잖아요. 저는 돈을 번 후에 거기에서 세금을 떼는 거거든요. 그래서 세금의 무게가 크게 느껴져요. 아까운 거죠 (웃음) 저 또한 이런 마음이 드는데, 많이 가진 사람들은 부의 재분배라는 것이 얼마나 내키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저는 지금하고 있는 일과 저의 삶에 만족하고 살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서 미처 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가 많이 나왔잖아요. 제 주변에는 개인 사업을 하는 친구가 한 명도 없어요. 친구들은 전부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그 친구들에게 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제가 하는 사업이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고 느끼거든요. 확장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정보나 노하우가 많지 않다보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있어써요. 그때 친구들이 저에게 해준 말들은 '회사에 들어가서 경험을 쌓으라'는 거였어요. 친구들은 개인 사업은 나이들어서도 할 수 있지만 직장에서 신입사원부터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은 지금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어린 나이에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밑바닥에서 구르는 경험을 4~5년 정도 했는데요,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것들이 있어요. 저만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점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에서는 사회의 정형화된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으면서도 자유롭지 못한 어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요.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길을 간다고 해서 꼭 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같은 길을 간다고 해서 굳이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외로울 수 있는 길을 선택하려면 꿋꿋하게 내 마음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요즘이에요.


때로 현실적인 상황이나 조건보다 주위의 시선이나 평가가 더 힘들다. 사회적 통념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싶은 마음은 어디까지나 내적 욕구일 뿐, …… 타인의 시선을 강하게 의식하거나, 떄로는 그 기준에 자신의 삶을 맞추게 된다는 것은 일면 모순적이다. 내가 무엇을 우위에 두는가. 그냥 각자의 삶을, 그리고 그 삶이 꿈꾸는 가치를 존중해 주면 별로 문제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채용도 할 계획이거든요. 아직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누군가에게 월급을 줘야한다는게 아깝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는데, 그러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것들, 나눌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해보려 합니다.


혜수 | 효연님 말씀 들으면서 굉장히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읽었다는 게 놀라웠어요. 효연님은 저와 정원님이 학문적으로 읽었다고 표현해주셨는데, 저는 이 책을 텍스트로서 읽었다면 효연님은 삶에 적용해가면서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해볼 것인지 생각하며 읽으신 것 같아서 들으면서 느낀 게 많았어요.


지혜 | 저는 친구들에 비해 대학을 늦게 간 편이었어요. 중고등학생 때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4년제 대학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대학에 가기 전에 알바를 하면서 보니, 대학에 가지 않고도 주도적으로 인생을 계획하면서 잘 사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대학이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 같지도 않았고요. 우리는 너무 어릴 때부터 정해진 경로를 강요당했잖아요. 스무살에는 대학을 가고, 대학을 졸업하면 회사를 가고...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어서 그 경로대로 왔는데 생각한 것과 너무 달라서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공무원 시험 준비하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와닿지 않았어요. 대학 입시 공부할 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게 정말 나에게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주는 건 아니었구나 싶었거든요. 일찍 알았으면 나를 인정하고 다른 길을 선택했을 수도 있었는데,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데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물론 학교에서 학문적으로 배운 것도 많았지만, 사회에 나가서 전공을 살려서 일하는 건 아니니까요. 사회에서 부딪히며 경험하는 것도 공부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나라 환경에서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사회에 나갔을 때 더 많이 힘들어하지 않나 싶어요.


혜진 | 평소에 에세이를 주로 읽는 편이거든요. 첫 번째 책 <당신을 이어 말한다>도 에세이에 가까웠잖아요. 이 책은 이론적이라고 느껴졌고 제가 평소에 관심갖던 주제가 아니라서 저한테는 어렵게 다가왔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가는 내용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어요. 머릿속에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어왔는데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않은 기분이에요. 그런 복잡한 상태로 책을 읽었어요. 나중에 다시 읽으면서 하나하나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제 생각이 좀더 정리될 것 같아요. 제가 읽으면서 와닿았던 부분은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어요. 제 주변 또래 친구들도 그런 고민을 하는 시기인 것 같더라고요. 저도 효연님처럼 제 삶에 접목해서 책을 읽었는데 그래서 그 부분이 더 공감이 갔어요.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이들의 공통적인 바람이다. 나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성공적으로 살아왔고 혹은 어떻게든 버티는 것이 “어른스러운 일” 인 것 같아 그냥 견뎌왔지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에 대한 마음속 질문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략)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앞만 보고 계속 질주하라는 메세지만 받는 제네 심리적으로 지쳤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들에게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할 수 있다. 불안과 위기의 시대를 지나온 30대에게 가장 필요한 건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30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그냥 내버려 두기를 원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청년에 대해 진심어린 관심이 없는지 알겠더라고요. 겉으로는 청년이 우리 미래라고 하면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래서 청년들이 점점 더 무력해진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구나 30대 싱글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은 많지 않다. 정부의 청년 정책은 창업이나 맞춤형 일자리 주선 등 고용 효과 개선이나 신혼부부나 대학생을 위한 주거 공급 확장 등 기혼자나 20대를 위한 청년 복지 제도가 주였다. 30대 싱글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청년 정책이 노동과 고용 중심의 근대적 패러다임에 갇혀 청년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다양한 청년들의 삶을 어떻게 품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의 불안을 넘어설 힘은 내일의 가능성이다. 따라서 우울과 불안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제시해야 하는 것은 단발성 위로의 말도, ‘열정을 가지라’거나 ‘노오력을 하라’는 주문이 아니라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다.


** 다음 질문과 대화가 이어집니다.

2부 보러가기.

- 여러분에게 서른은 상징적인가요? & 우리는 어떤 공정함을 말해야 할까요?


3부 보러가기

- 급진적 자기돌봄, 어떻게 실천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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