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독학클럽> 여름 시즌 두 번째 책
** <함께하는 독학클럽> 호스트 단단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정원, 효연, 혜수, 혜진, 지혜> 다섯 분과 함께하고 있어요.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다섯 명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가 더 넓고 깊게 확장되어 더 많은 분들과 연결되고 힘을 모으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가 함께 나눴던 이야기와 생각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더 많은 분들과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맞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기록은 호스트 단단의 관점에서 정리된 독서모임 이야기입니다.
** 텍스트 소개: <불안한 어른, 지금 한국의 서른을 말하다> 이민경, 북저널리즘, 칼럼 <2021년은 급진적 자기돌봄의 해>, 김정희원
** 아래 내용은 대화 녹취록이 아닙니다. 모임에서 나눴던 이야기와 독서노트에 작성된 내용을 기반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급진적 자기돌봄은 단순히 스스로를 위로하는 “자족의 삶”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부조리의 문제를 개인적 수련과 도덕성의 문제로 치환하자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급진적 자기돌봄은 이 사회가 요구하는 “(어떤 상황에서도) 평화로운 마음”과 “건전한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폭력과 부정의로 인한 상처를 직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일상을 재조직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회복을 위한 시공간을 확보하고, 온전히 나의 삶과 생명을 회복시키는 실천적 의례가 무엇인지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나를 살리는 행위를 습관화하자. 나의 동료들에게 급진적 자기돌봄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묻고, 가능한 실천을 함께 모색하고 공유하자.
- 칼럼 <2021년은 급진적 자기돌봄의 해> 중에서
단단 | 요즘 '리추얼'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는데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규칙적인 일상을 만드는 미라클 모닝, 잠들기 전 매일 30분씩 독서하는 모임도 자주 보이고요. '밑미', '한달어스'와 같은 리추얼 서비스 업체들도 많이 이용하더라고요. 이런 리추얼이 일상을 재조직함으로써 회복할 수 있는 시공간을 확보하게 해주고, 적극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사회적 의미가 있구나 싶었어요. 급진적 자기돌봄을 위해서는 '삶을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개인적 고통을 비교하는 것에서 빠져나와 '함께 더 나은 곳으로 가자.'는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한 마음가짐, 행동, 루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혜수 | 저는 지금 여기 계신 분들에 비해서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그래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일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단단 | 지혜님, 최근에 운동을 열심히 하고 계시잖아요. 지혜님에게는 주체적인 삶을 위한 실천이 '운동'일까요?
지혜 | 음... 네, 운동을 하기 싫을 때도 있는데요. 운동을 꾸준히 하는 일상 속에 있을 때가 더 좋아요. 먹는 것에도 영향을 많이 받고요. 혜수님이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정말 주체적으로 보이거든요. 아마도 점점 나이가 들수록 더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고, 그 무게감이 크게 다가와서 그런 것 같아요. 개인적인 욕심이나 만족감의 기준이 더 높아지는 것일 수도 있고요. 살면서 계속 삶의 기준이 바뀌지만, 그것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주체적이라는 거잖아요.
효연 | 나이가 들면서 돈의 영향력이 커지고 그래서 주도적인 삶과 멀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저의 이야기를 하자면, 친구한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한 번 사는 인생 효연이처럼 살아야지.' (모두 미소) 기본적으로 자존감이 높은 성격이기도 하지만, 늘 만족하면서 사는 스타일인데요. 그 이유를 지금와서 찾아보니 '완벽하려고 하지 않는 것'에 있더라고요. 대학을 결정할 때도, 교환학생을 갔을 때도 꼭 1등을 해야해, 더 좋은 곳에 가야해 이런 게 없었어요. 제가 선택한 곳에서도 충분히 필요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처한 현실에서 최선을 선택하고 거기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 마음 덕분에 제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온 것 같아요.
단단 | 자신을 긍정하는 사람의 에너지가 느껴져요.
혜수 |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정말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정말 필요한 역량일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시면 연습을 해볼게요.
효연 | 24살 즈음에는 저도 불안하긴 했어요. 친구들은 모두 취직을 하는데 저는 다른 길은 간 거니까요. 그때에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해봐서 나쁜 길은 없지. 거기서도 얻을 게 있을 거고. 결과가 안좋다고 하더라도 교훈이라도 남겠지." 라는 마음으로 겁은 났지만 그냥 걸어 갔어요.
혜진 | 제가 일상에서 노력하고 있는 건,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잠시 멈추어서 스스로를 점검하고 나에 대해서 알아가고 내가 괜찮은지 물어보고 쉬어가는 시간을 저에게 주는 것이에요. 계속해서 지켜나가고 싶은 방법이에요. 바빠서 자주는 못하지만 그래도 꼭 시간을 내서 하려고 해요. 그러지 못한 채로 시간이 쌓이면 꼭 탈이 나더라고요.
단단 | 혜진님이 써주신 독서노트를 보면, 열심히 노력해서 일궈온 일과 일상에 대한 자긍심이 느껴지더라고요. 이십대 초반부터 '단단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길 원했던 혜진님에게 지금은 어떤 의미에요?
혜진 | 계속해서 원하는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껴져요. 스스로 기쁘게 생각하는 지점이고, 배우고 싶은 모습들이 있으면 그것을 잘 흡수하는 능력을 타고난 것 같아요. 그게 저의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정원 | 효연님에게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오히려 더 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저는 반대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무조건 해내는 사람이거든요. 효연님과 저를 움직이는 동력은 다르지만 오히려 각자의 에너지 덕분에 결과적으로 원하는 삶에 가깝게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잠깐 불안할 때도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자주 불안함을 느끼거든요. 심지어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요.
단단 | 이해해요. 저 또한 불안이 동력인 사람이거든요.
효연 | 혜수님과 정원님은 반대로 마음 먹은 일을 꼭 해내려고 하시잖아요. 어떻게 보면 강박적으로요. 그렇게 해야 일이 마무리가 되는데, 저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흐지부지 되는 일들도 꽤 있어요. 꼭 해야 하는 일들 위주로만 챙기는 거죠. 때로는 끝까지 밀어붙임으로써 완벽하게 만들어갈 필요도 있고, 그런 경우에 두분의 성향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큰 힘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궁금한데... 혹시 다들 MBTI가 어떻게 되나요?
각자의 MBTI를 듣고, 그동안 나눴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아...! 아...?' 하는 반응이 이어졌어요.역시 MBTI는 과학인가 봅니다. MBTI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끝날 시간이 지나버렸어요. 금요일 밤, 휴식 대신 뜨거운 독서대화를 선택한 <함께하는 독학클럽> 멤버 여러분, 정말 대단합니다! 다음 이야기도 정말 기대되요.
<호스트의 덧붙이는 이야기>
여러분, 자리 빼기 게임 들어보셨어요?
20개의 의자가 원형으로 빙 둘러 있고 20명의 사람이 있어요. 음악이 시작되면 모두 일어서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끝나면 땡! 하고 의자에 앉는 거에요. 그런데 음악이 나오는 동안 의자가 하나씩 사라져요.
땡! 음악이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니 의자가 19개, 사람은 20명.
땡! 두 번째 음악이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니 의자는 18개, 사람은 20명.
땡! 의자는 17개, 사람은 20명.
사람들은 서로 싸우기 시작해요. "이거 내 의자야!" "왜 당신이 앉아?" "내가 먼저 엉덩이를 댔잖아."
왜, 사람들는 의자를 빼앗아간 사람에게 항의하지 않았을까요? 땡! 노래가 끝나면 의자를 빼앗는 규칙에 왜 동의했던 걸까요? 왜 아무도 진행자에게 따지지 않았을까요.
매거진 작성을 하려고 우리가 나눈 대화를 다시 들으면서 이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 <불안한 어른> & <급진적 자기돌봄> 독서대화
이번 책, 어땠어요?
- 여러분에게 서른은 상징적인가요? & 우리는 어떤 공정함을 말해야 할까요?
- 급진적 자기돌봄, 어떻게 실천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