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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Feb 12. 2023

당신의 문장은 무엇입니까?

내 삶에 공부를 초대하는 이유

/

세상의 이유가 아닌 나의 이유로


공부는 나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징검다리였다.


20대 내내 나를 괴롭혔던 생각은 “왜 내가 원하는 곳은 나를 받아주지 않을까?”였다. 원하는 대학과 전공, 원하는 회사, 원하는 커뮤니티로부터 거절당하는 경험의 연속이었다.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곳과 바라보며 꿈꾸는 곳 사이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현실과 이상을 좁히기 위해 세상의 틀에 나를 맞추기 위해 공부했다. 영어, 자격증, 경제, 상식, 사람들이 말하는 것들을 공부했다. 어느 순간에는 거리가 좁혀진 듯 느껴졌지만 이내 다시 멀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긴장감 가득한 줄다리기를 반복하며 실망과 안도의 계단을 차례로 오르내렸다.


나에게 공부란 지금 해야만 하는 것,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정작 공부하는 ‘나’는 잊고 있었다. 세상의 이유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길을 잃은 20대를 뒤로 하며,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과정을 ‘포기’가 아닌 ‘나다워지는 것’이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세상이 나를 위해 마련한 자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제야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는 무엇일까?”

“세상의 이유가 아닌 나의 이유로 공부한다면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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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는 나만의 방식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떠올려봤다. 글쓰기, 요리, 베이킹, 티소믈리에, 요가, 명상, 독서. 이것들의 공통점을 찾지 못해 “혼자 하는 일”,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했다. 차와 책을 파는 책방 주인이 꿈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공부는 이런 것이었다.

오래된 질문을 끌어안고 해답을 찾아가기

생각을 정리하고 구조화하기

세상을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 세우기


세상의 틀에 정확히 맞추는 것은 실패했지만 내 삶에서는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나’로서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공부했다. 그 공부의 과정에서 해야만 하는 것, 필요한 것, 하고 싶은 것의 경계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의 이유로 시작한 공부의 결론은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의 이유로 시작한 공부의 결론은 아무리 하고 싶은 공부도 꾸역꾸역 해야만 하는 구간이 있다는 것이었다. 틀, 경계, 벽, 칸막이, 갈림길을 모두 지워보기로 했다.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어떤 공부를 하고 싶지?


이 질문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나는 내 삶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고 싶지?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그곳에 있는 사람인 척 꾸며내는 공부 말고, 내 삶을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공부, 하고 싶은 공부를 내 삶에 초대하기로 했다.


나에게 앞으로의 공부는

세상의 틀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누리기 위한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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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성에 대한 관점 바꾸기


내 삶에 초대하고 싶은 공부가 늘 같지는 않았다. 끈질기게 초대해 왔던 것도 있었고, 새롭게 초대하고 싶은 것도 생겨났다. 그러다 시들해지기도 했다. 변하는 주제를 매월 ‘공부 키워드’로 정리했다. 밑미 공부 리추얼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메이트와 매월 서로의 공부 키워드를 공유했다.


공부 시간, 기록 방법도 계속 바뀌었다. 미라클 모닝을 꿈꾸며 아침 공부를 마음먹었다가 다시 올빼미형 밤공부로 돌아가기도 했다. 몇 달 열심히 영어 공부하다가 그만두고 경제 책을 뒤적거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왜 나는 지속하지 못할까? 왜 나는 계속 바꿔댈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시간과 방법, 주제가 바뀌어도 “공부한다”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계속 공부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나에게 맞는 공부를 탐구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계속하려고 할까? 나에게는 좋은 삶에 대한 갈증, 나다운 삶에 대한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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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문장은 무엇입니까?


그 열망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다. 길을 내고 싶었다. 세상에 좋아 보이는 공부는 너무나도 많다. 멋진 사람도 너무 많다. 그러나 좋은 것, 멋진 것을 모두 다 얻을 수 없고 모두 다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 그것을 인정하고 내 것을 찾는 것이, 포기를 나다움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공부라는 지도를 들고 어디로 어떻게 갈지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 지도를 만드는 일은 나만의 공부 키워드를 찾고 키워드를 엮어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공부 기록에서 키워드를 찾고 키워드를 조합하고 문장을 만드는 과정을 템플릿으로 만들어봤다.   



공부 기록에서 키워드를 찾고 문장으로 만들기


1. 기록  <쌓기>

일단은 방향을 생각하지 않고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주어지는 대로 공부하는 시간이다. 매일 공부하며 무엇을 배웠는지 기록한다.   


2. 키워드 <발굴>

기록을 보면서 키워드를 찾아낸다. 내가 자주 반복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유독 기억에 남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앞으로 키우고 싶은 키워드가 무엇인지 발굴한다.   


3. 키워드 <조합>

키워드끼리의 순서를 바꿔보고 키워드 수를 달리하며 조합해 본다. 여러 키워드 중 강조할 키워드를 정하고 키워드 간의 위계 구조를 만들어본다.


ex. #나다움 #일 #마케팅 이라는 키워드를 발굴했다면 이렇게 조합해 볼 수 있다. 

나답게 일하는 마케터

나다운 일을 마케팅하기

마케팅이라는 나다운 일

키워드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의미가 달라진다. 핵심 키워드가 ‘일’인지 ‘나다움’인지 ‘마케팅’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키워드를 개별 개체로 보지 않고 키워드 사이에 관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4. 문장 <창조>하기

키워드를 조합한 문장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키워드의 의미는 그대로 두고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키워드가 문장으로 발전하려면 키워드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관계'가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


ex. 마인드맵으로 찾은 공부 키워드 중에 핵심 키워드를 하이라이트로 표시했다.

쉬워서 좋아, 어른의 공부, 하루를 내가 통제하는 기분, 매일 나아지는 과정 체감


이 키워드를 조합해서 공부 문장을 새롭게 만들었다.

내 삶의 주도권을 찾는 어른의 공부



키워드를 조합해서 문장으로 만드는 과정이 어렵다면 3가지 관점에서 교집합을 찾아볼 수도 있다. 나에게 맞는 일을 찾는 과정과 비슷하다.

내가 지속해 온 공부

앞으로 하고 싶은 공부

했을 때 성과가 보이는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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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매는 자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공부를 지속하며 키워드를 찾고 문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길을 헤매는 기분이 든다. 그때마다 유명한 문구 하나를 떠올린다. 헤매는 자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공부를 계속하는 한 우리는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공부라는 지도를 들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 길은 방황이 아닌 모험이며, 진화가 아닌 변화, 성공이 아닌 성장이다. 매번 나아질 필요도 없고 언제나 더 높고 많은 성취를 증명할 필요도 없다. 그저 묵묵히 과정을 기록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쌓아나갈 뿐이다.


그 과정에서 매월 나만의 문장이 쌓일 것이다. 어떤 달에는 그 과정이 똑같은 원을 맴도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아 보여도 우리의 원은 매일 조금씩 커지고 있다. (책 <일하는 마음>을 쓴 제현주 작가의 말이다.)




나만의 문장은 축적에서 나온다. 축적은 밀도와 시간의 곱이다. 밀도는 고민과 경험의 깊이이고 시간은 지속한 노력의 양이다. 어떤 배움은 축적의 방향을 한 순간에 바꿔놓기도 한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내 삶에 초대하고 싶은 공부는 무엇인가? 그 공부로 내가 만들고 싶은 삶은 무엇인가?


그 질문이 너무 거대하게 느껴진다면, 작은 질문부터 시작해 보자.   


작년 한 해동안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일은?

나에게 가장 큰 자극을 줬던 경험은? 그 경험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작년 내가 가장 드러내고 싶은 성취는?

작년 내가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

올해 내가 시간을 쏟고 싶은 일은?



함께 공부해요!

[밑미] 하루 30분 공부 리추얼

https://www.nicetomeetme.kr/rituals/01gf9864n6qebcwr8apq5k6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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