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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Oct 02. 2023

나의 무엇이 나를 나로 만들었을까

책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본투비 내향인으로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는 늘 궁금하다.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꼬치꼬치 캐묻기 어려운 것들이 궁금하다.



그 직업은 어떤 마음에서 선택하게 되었는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후회하기도 하는지

얼마나 자주 미래의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느끼는지

눈앞이 막막할 때 어떤 생각을 하며 극복하는지

일기에는 무슨 이야기를 쓰는지

최근에 읽은 책은 무엇인지



상대가 서로 얼굴만 아는 정도의 데면데면한 사이라면 이런 질문들은 목에 걸린 생선 가시 위로 뜨거운 밥 한 숟가락을 꾹 눌러 삼키듯 감추어둔다. 그러고서는 집에 돌아오면서 내내 궁금해하는 것이다. 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까? 그나마 상대와 서로 아는 사이라면 공유한 경험과 감정이 있기에 조금이나마 추측해 볼 수 있다.



가장 어려운 경우는 나는 상대를 아는데 상대는 나를 모를 때다. 좋아하는 작가이거나, 선망하는 직업인이거나, 관심 갖고 지켜보던 누군가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너무 궁금할 때. 온라인 서점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입력한다.



그가 쓴 에세이가 있다면 주저 없이 책을 구매한다. 며칠 동안 그의 책을 읽으며 그가 모르는 우리의 은밀한 대화를 시작한다.



며칠 전 상담실 서가에서 심채경 박사의 책을 발견했다. [알쓸별잡] 예능을 보면서 내내 그 단단한 마음의 중심이 부러웠다. 책꽂이 오른쪽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꽂힌 책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본 순간 이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You will know

What you need to know

When you need to know it”



[I may be wrong]의 문장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책을 빌렸다. 과학자로서 먹고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과학자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했던 마음에 단숨에 읽었다.



도대체 누가 문과와 이과 사이 철벽 같은 바리케이드를 세워둔 걸까. 심채경 박사는 자타공인 활자 중독자인 데다가 일기 쓰기를 즐기고 사색을 사랑하는 과학자였다. 절대 이과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내가 양자물리학과 뇌과학에 관심을 가질 거라고는, 진로를 결정하던 17살의 나는 알지 못했다.



당장 돈이 안 되고 결과물이 없어도 그저 몰입의 아름다움에 홀딱 반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내가 심채경 박사에게서 발견한 나의 모습이었다. 나와 비슷한 조각을 가졌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궁금하다. 무엇이 우리는 다르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으며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찾으려던 질문은 따로 있었음을 알아차린다.



나의 무엇이 나를 나로 만들었을까.

나는 나의 무엇으로 나를 해석하는가.



드뷔시의 달빛과 아라베스크를 들으며 책을 덮었다. 심채경 박사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다음이 궁금하다는 말은 힘껏 응원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일과 삶을 돈으로 환산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큰 꿈을 이룰 수 있는지 그가 계속 보여줬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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