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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미 Oct 14. 2016

가을 따라 따라비로 간다.

제주 오름 이야기 _ 따라비오름


며칠 비가 왔다. 그리곤 아침 기온이 많이 낮아진 어느 날,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한 점 없었다.

그래, 이런 날은 오름에 가야 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연한 가을 한가운데 내가 가고 싶은 곳은 그곳이었다. 표선면에 위치한 따라비오름.

따라비 오름은 익히 억새의 명소로 유명하다. 342m 정도로 3개의 굼부리가 서로를 따르듯이 능선을 이루고 있다.

아무래도 그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서로 따르듯이 서로 따라가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어 그 이름도 따라비 오름이더라.

오름의 입구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를 보니 굳이 저 정상까지 올라가야 하나 생각했다.

늘 어떤 자연 앞에 서서 느꼈던 것이 있다.

 가보지 않고선 힘을 들이지 않고선 보기 힘든 것들이 반드시 있다는 것!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구름을 불러들이는 것처럼 억새는 힘찬 바람에 열심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억새 사이를 걸으면서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뜨거운 햇살, 뺨을 때리는 바람, 그리고 길을 내어주는 억새의 흔들림

'이 속을 걸을 수 있구나, 갈 수 있구나, 만날 수 있구나' 혼자 손 모아 감사하며 입구를 지났다.


하지만 가슴 아픈 흔적들이 많았다. 사람도, 어느 누구도 어쩔 도리가 없는 태풍의 여파로 바람에 나부끼며 형태를 유지하는 억새들이 아예 바닥에 누워 버린 곳들이 참 많았다. 이기심은 이런 데서 발동한다.쓰러지지 않은 억새들이 촘촘히 같이 서 있었다면 더 멋있었겠다고.


곳곳에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들이 있었다. 높게 올라가지 않고도 입구부터 억새를 볼 수 있는 이 곳의 특징 때문 일터. 


나는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바람이 강하게 불었고 햇살이 뜨거웠으며 내 숨은 금세 차 올랐다. 해발 300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높이인데 완만한 경사로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 힘이 좀 들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저질 체력??


심하게 부는 바람에 들고 있던 가방 마저 흔들리는데, 그래도 정상에서 내 발은 꿋꿋하게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따리비 오름을 중심으로 저 멀리 보이는 다른 오름들의 능선과 수평선, 지평선, 기생화산의 형태로 움푹 패인 원형 분화구 안에 3개의 소형 화구를 갖고 있는 특이한 형태 때문에.

오래 전에 생겨 지금의 형태를 이룬 이 오름에도 숱한 사연이 오갔겠지. 저 능선과 화구 사이사이가 왠지 그 사연들 때문에 더 움푹 패이고 꺼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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