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여행자, 스위스에서

여행이라는 이름의 일상에 대하여

by Melissa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라는 타이틀을 받은 이후, 오히려 글쓰기가 부담스러워졌다.

좋은 시간, 사소하지만 소중했던 순간들을 나누고 싶어서 시작했던 글이 어느새 ‘책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스위스에 살며 이곳저곳 다닐 기회가 많았던 건 참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행 크리에이터’라는 이름 아래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나라는 사람의 삶을 보여준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누군가에게 작은 유익이나 즐거움이라도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나를 자꾸 멈춰 세웠다.


‘정확한 방향이 생기면 다시 써야지’라고 생각하며 멈췄다.

결국 2년전 프랑스 시골마을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러 가는 길을 쓴 글이 나의 마지막 글이되었다. 그것도 가는 길만 쓰고 막상 가서 연주한 내용은 쓰지도 못했다. 물론 저장글에 끝내지 못한채로 남아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써보려 한다. 기록을 안하면 결국 기억에서도 희미해지고 결국 ”맞아. 그랬었지.“ 하는 막연한 순간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명소는 전문 여행가들에게 맡기고, 나는 내가 지나온 길에서 느꼈던 조용한 순간들, 마음에 남았던 풍경과 감정을 담담히 기록해보려 한다.


사실 스위스에 살면서 여행을 많이 다녔고,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제네바라는 도시가 주말에는 조용하다 못해 할 일이 없어, 자꾸 다른 곳으로 나서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이자, 삶이라는 여정 속에서 내가 잠시 머물렀던 장소들,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그 시간동안 느꼈던 나의 이야기이다.

일상처럼 여행을 했고, 또 여행 속에서 일상의 나를 발견했다. 이제 그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어,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써 내려가보려 한다.


읽는 당신에게도 그 조용한 여운이 닿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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