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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issa Jul 19. 2023

프랑스 식사 문화에 관하여 1

아직도 나에게는 너무나 긴 저녁 식사

다른 나라의 문화를 직접 배우고 알게 되는 과정은 언제나 신기하고 즐겁다. 내가 갖고 있던 그 나라에 대한 편견을 깨 주고 나의 사고를 확장해줄 뿐 아니라 더욱더 그 나라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본 프랑스인들은 정말 음식에 진심이다. 음식뿐 아니라 식사 문화, 식사 예절 그리고 요리까지 말이다.


유럽에 와서 특히 프랑스 남자친구와 교제하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한다는 점이다. 내가 말하는 제대로 된 식사는 고급 와인과 화려한 음식으로 파인 다이닝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날 먹을 신선한 재료를 사다가 하나씩 같이 준비하고 전식부터 후식까지 천천히 식사 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다.


하지막 아직도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그것은 성격 급한 나한테는 너무나 긴 저녁식사이다. 평소에 나는 길어봤자 집에서 먹는 저녁은 다 먹고 치우는 것까지 한 시간 정도면 끝난다. 프랑스집에서의 저녁식사는 짧으면 두시간 길면 4-5시간은 걸린다.


1. 우선 6-7시에 거실이나 테라스 아니면 정원에서 Apéro (아페로)로시작한다. 아페로란 식사 전 가벼운 와인, 샴페인, 맥주등과  간단한 스낵을 하는 것을 말한다. 스낵으로는 쏘시송 (Saucisson) , 살라미, 타페나드 (Tapenade - 올리브 간 것), 토스트 등등을 같이한다. 아페로 때 같이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사회 돌아가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Pétanque 페탕이라는 프랑스 국민 게임을 하기도 한다. 페탕은 정해진 지점에 가장 가까이 공을 던지는 사람이 우승인 게임인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할수 있다. 원래 페탕을 할 때는 Pastis라는 허브로 만든 술이 있는데 그걸 마시면서 하는 게 정석이다. 이렇게 아페로를 하면서 게임을 하면 벌써 1-2시간이 후딱지나간다.


프랑스 집에는 페탕을 플레이 할수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저 빨간 작은 공에 가까이 던지는 사람이 위너!  공원에서도 페탕을 하는 사람을 쉽게 볼수있다.


2. 아페로가 끝날 때쯤에 호스트는 미리 준비해 둔 메인 디쉬를 오븐에 넣고 굽기 시작한다. 다들 자리를 다이닝룸으로 옮겨서 다시 테이블 세팅을 하고 메인 디쉬와 같이 마실 와인을 정한다.  아페로 시작하고 메인 디쉬를 먹을 때쯤이면 이미 한두 시간 지나서 다행히 배가 그나마 조금 꺼진 상태이다.


3. 메인디쉬가 준비가 되면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시작한다. 앙트레 (Entrée 전식)을 미리 먹고 플라 (Plat 메인디쉬)를 순서대로 먹을 때도 있지만 집에서 먹을 때는 앙트레는 생략하고 바로 메인으로 갈 때도 많다.


4. 메인 디쉬를 다 먹으면 그다음 순서는 치즈이다. 호스트가 여러 가지 치즈를 담은 플래터를 가져 나오면 돌아가면서 원하는 치즈를 먹을 만큼 잘라서 빵과 같이 먹는다.


5. 드디어 디저트 시간! 디저트는 파이, 요거트, 아이스크림, 과일, 과일푸딩을 주로 먹는다.


6.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디저트까지 다 먹으면 다시 아페로를 했던 거실로 다시 돌아와 커피나 차를 마신다.


그러면 저녁식사가 끝이다. 시간은 이미 밤 11시를 훌쩍 넘긴다.


** 이날 먹은 다양한 고트치즈들. 프랑스 프로방스는 고트치즈 (염소젖으로 만든)가 유명한데 일반 치즈보다 소화도 쉽고 관절염에 좋다고 한다

처음에는 저녁시간되기 전에 나는 이미 출출해져서 아페로가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욕심을 부려 많이 먹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페로때 많이 먹으면 메인디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저녁식사 내내 배가 불러서 불편한 걸 경험했기에 페이스를 맞추면서 식사를 하고 음식을 즐긴다.


이렇게 먹는데 왜 프랑스 사람들은 뚱뚱하지 않냐고? 음식을 절대 과식하지 않고 천천히 즐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과 점심은 대부분 간단하게 먹는다. 그리고 점심과 저녁사이에 절대 간식을 먹지 않는다. 아침은 간단하게 커피 한잔 먹을 때도 있고 아님 핫초콜릿. 크루아상과 바게트와 버터를 같이 먹는다. 그리고 점심도 간단하게 샐러드나 아님 아침점심 같이 커피와 버터를 바른 바게트를 먹는다. 그리고 직접 짠 오렌지 주스와 함께.


이렇게 이 글을 읽으면 엄청난 진수성찬을 매일 저녁 먹는 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간단한 음식이라도 순서와 예의를 지키면서 제대로 먹을 뿐이다. 신선한 음식을 먹을 만큼만 사 와서 집에서 같이 요리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기면서 먹는 것 그것이 내가 본 프랑스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진심이고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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