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live to eat or eat to live?
몇 달 전 한국에서 남자친구의 회사 거래처 사람들이 제네바에 와서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중 한 분이 프랑스 식당에 가면 도대체 어떻게 음식을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는데 한국처럼 음식 몇 개를 다 같이 시키고 앞접시를 달라고 해서 나눠 먹었는데 거기서 일하는 직원들이 의아하게 쳐다보았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 얘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한국은 여러 음식을 같이 시켜서 중간에 놓고 앞접시에 나눠 먹는 게 대부분이다. 레스토랑에 가면 항상 서로 다른 음식을 시켜서 나눠먹지, 같은 음식을 사람 수대로 시켜서 혼자 먹는 건 드문 거 같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은 타파스문화로 이것저것 시켜서 같이 먹는 문화지만 프랑스 대부분 레스토랑들은 그렇지 않다.
프랑스 식사는 3코스 Entrèe 앙트레 - Plat 플라- Dessert 데세 가 기본이다. 앙트레는 스타터, 플라는 메인디쉬 그리고 디저트. 앙트레는 영어에서는 메인디쉬라는 뜻이 있어서 처음에 프랑스 음식점을 갔을때 앙트레가 스타터인지 모르고 메인 디쉬로 시켰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각자 이렇게 순서대로 시켜서 먹기에 한국처럼 몇 개의 음식을 한꺼번에 시켜서 같이 나눠먹는 것은 드물다. 프랑스는 학교급식도 다 무조건 3코스로 나온다고 들었다.
기본은 3코스이지만 사실 내 생각에는 거의 6코스나 다름없다. Apreritif - Entrees - Plat - Fromage - Dessert - Coffee/Tea/Digestif (빵은 항상 기본적으로 나온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자연스럽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까?
1. 레스토랑을 미리 예약하기. 특히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저녁은 인기 많은 레스토랑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가서 자리 잡는 것은 힘들다.
2. 레스토랑에 도착해서 서버가 자리를 안내해 줄 때까지 기다린다. 들어가서 아무 곳에나 앉지 않는다. 자리가 마음에 안 들면 바꿔달라고 하면 된다.
3. 자리에 착석하면 서버가 드링크 메뉴와 음식 메뉴를 갖다 줄 것이다. 좀 더 팬시한 프랑스 레스토랑에 가면 Amuse-bouche (아뮤즈부쉬)가 나온다. 직역하면 입을 즐겁게 하는 것 영어로는 mouth amuser인데 메뉴에 따로 나와있지 않고 또 공짜이다. 셰프가 자신의 요리스타일을 살짝 보여주는 의미도 있고 또한 식사 시작 전에 작은 한입거리 준다고 보면 된다.
4. 우선 Aperitif (아페리티프)를 시킨다. 식전주로는 주로 샴페인 같은 가벼운 술이나 과일주 한잔 마신다. 좀 더 칵테일스러운 달달한 걸 시키고 싶으면 프랑스에서만 마실 수 있는 Kir Royale을 추천한다. Kir는 creme de cassis (프랑스 까시 지역에서 블랙베리로 만든 liqueur) 랑 화이트 와인을 섞은 칵테일인데 Kir Royale은 화이트와인 대신 샴페인으로 만든다. 물을 달라고 할 때 굳이 사 먹고 싶지 않으면 Carafe d’eau (까라프도 - 탭워터) 달라고 하면 된다.
5. 식전주가 나오면 앙트레와 플라를 주문하고 그거에 맞는 와인과 음료를 따로 주문한다. 디저트는 미리 주문해도 되고 나중에 주문해도 상관없다. 쓰리코스를 먹어도 되고 배가 그리 고프지 않으면 앙트레 플라 (투코스) 아님 플라 디저트(투코스) 이렇게 시켜도 된다. 나는 우선 앙트레 플라로 먹고 그래도 남는 배가 있으면 디저트를 다시 오더 하던지 아니면 간단하게 커피나 티로 식사를 끝맺는다. 프랑스에서는 어느 레스토랑을 가나 빵 인심이 후덕해서 빵은 항상 식전에 무료로 나오고 원하면 더 갖다 준다. (이태리 레스토랑은 빵이 무료가 아닐 때도 많다) 내가 의아했던 점은 프랑스인들은 빵을 식사 접시 위에 굳이 올려서 안 먹고 테이블 위에 자기가 먹던 빵을 놓고 먹는다는 것이다.
6. 메인 디쉬까지 다 먹으면 서버가 치즈를 먹을 건지 물어본다. 프랑스인들은 디저트 먹기 전에 치즈를 먹는 게 순서이기 때문이다.
7. 디저트를 먹고 그리고 커피나 티를 마시면 식사 끝!
프랑스는 북미와 다르게 팁이 음식에 포함이 되어있어서 굳이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음식값의 20프로 이상 팁으로 계산해서 줄 필요가 없다. 대신 대부분 사람들이 식사가 좋았으면 2-10유로 정도 팁은 두고 간다. 가끔 유튜브나 글을 보면 레스토랑 직원을 소리 내어 부르는 게 예의가 아니다 괜찮다 하는 글이 많이 보인다. 당연히 큰소리로 서버를 부르는 것은 무례한 거지만 최대한 눈을 마주치거나 눈이 마주치면 손을 살며시 들어서 신호를 보내던지 아니면 서버가 근처를 지나갈 때 S’il vous plaît 하고 조용히 부르는 것은 괜찮다.
프랑스를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느낀 점은 미식의 나라라는 명성에 걸맞게 어디를 가도 프랑스 레스토랑은 음식이 대부분 괜찮다. 비싼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안 가도 오히려 동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평범해 보이는 레스토랑을 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Up and coming 셰프들의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미식의 도시 Lyon 방문을 추천!) 성격도 까다롭지만 입맛은 더 까다로운 프랑스인들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말 맛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가 배우고 경험했던 프렌치 다이닝에 대해 쓰고 나니 갑자기 이 사람들은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 프랑스 남자 친구에게 물어봤다.
“Do you live to eat or eat to live?”
정답은 예상한바.
“I live to eat good food”
살기 위해 먹는 거나 먹기 위해 사는 거나 둘 다 말이 되는데 살기 위해 먹는 것보다는 먹기 위해 산다가 더 나은 거 같기도 하고 아직 잘 모르겠다. Anyhow, 프랑스를 여행하게 된다면 동네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로컬처럼 아페리티프부터 디저트까지 순서대로 프랑스 음식을 천천히 즐겨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