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의애나 Jun 10. 2018

외국인 남자친구와의 문화 차이

어제 남자친구의 조카와 대화를 나눴다.


"내가 같이 일하는 한국 여자애가 있는데 걔 남자친구가 뉴질랜드 사람이거든. 그 남자애가 마약을 좀(많이) 하는데, 빈도수가 좀 높아서 평소에도 얘가 취해있는지 멀쩡한 건지 잘 가늠이 안 간대는 거야."



WHAT???(뭐라고??)


잊을만하면 한 번씩 들려오는 한국 연예인 마약 혐의 그리고 구속.

그리고 같은 날 유치원에서 일하는 도중 옆 마당에서 이웃이 피는 마리화나 냄새를 맡고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개인적으로 그 누구가 마약을 하건 말건 그 유무에 대한 관심과 신경은 쓰지 않지만,

마약에 취해있는지 멀쩡한 정신상태인지 구분이 안 가는데도 그와 함께 하는 그녀의 생각은 무엇인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모든 건 사랑이라는 조건하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며 나와는 상관도 없는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안타까웠던 점은 그녀가 이 문제에 대해서 "문화 차이"로 치부해 눈감고 넘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호주인 남자친구-지금은 약혼자인-와 4년 정도의 시간을 함께하면서 문화 차이라고 느낀 것이 크게 없었다. 


가끔 국제커플들이 문화 차이라는 것을 느끼면 

"아, 우리 커플은 이런 부분에서 문화 차이를 느끼네요. 그냥 넘어가야 하나요? 아니면 짚고 넘어가서 풀어야 하나요. 그도 나에게 문화 차이를 느끼는데 말하지 않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요."라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견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과의 관계 안에서 상대방을 그 개인 자체로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외국인, 다른 문화에서 온 이방인이라고 치부하고 무조건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태도는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호주인 남자친구를 둔 한 한국인 지인이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너희는 문화 차이 같은 거 느낀 적 없어?"


"음, 난 아직까진 잘 모르겠는데. 넌?"


"나 완전 기절했잖아. 어제 남친이랑 같이 펍에 가서 음식을 두 개 시켰어. 나는 파마쟈나를 골랐고, 걔는 피자를 시켰지. 난 당연히(암묵적으로) 우리가 이 두 음식을 나눠먹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솔직히 누가 피자를 혼자 다 먹냐. 안 그래? 근데 딱 음식이 나왔을 때, 내가 너 피자 좀 먹자 하니깐 정색하면서 이건 자기가 시킨 거라고 나눠먹을 생각이 없다는 거야. 나 참 기가 막혀서."



워워워. 와우.

만약 이 상황이 나에게 일어났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자기가 시킨 음식은 절대 누구와도 나눠먹지 않는 그 모습을 문화 차이라고 덮어놓고, 완벽한 나의 남자친구상을 만들기 위해 그 부분을 그의 모습에서 완벽하게 제외시킨 채, 계속해서 그를 사랑했을까? 아니면 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헤어졌을까?



그의 소울 푸드, 말레이시안 커리 락사(피쳐링. 소프트 쉘 크랩)





사실 내가 그와 사귀기로 마음먹은 것은 음식 코드가 맞았기 때문이다.


그는 나를 "락사"로 꼬셨다.








거의 첫 데이트 때, 우리는 락사를 먹으러 갔다.


그의 젓가락질은 나만큼이나 훌륭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책상에 접시 두 개를 놓고 콩집기를 하며 젓가락질을 배운 한국인 앞에 완벽하게 젓가락질을 사용하는 호주인이라니. 좀 멋있었다.


자신의 락사를 흡입하고 좀 멈춰있길래, "내꺼 좀 먹을래?"했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젓가락을 나의 락사 그릇에 꽂는 그. 오? 얘 좀 봐라?


긴장도 했겠다 배도 불러와서 끝내 다 먹지를 못했고, 좀 많이 남은 음식을 보고 혼자 속으로 아까워하고 있었다. 


그 찰나에 그가 나에게 물었다.

"남은 거 싸갈래?"


왓!!!!!?
 

아니 남은 음식을 싸가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니!! 나에게 먼저 물어봐주다니!!! 이런 백인도 존재하나 싶었고 그날 나는 그와의 관계를 확신했다. 완벽하군!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새롭게 국제 연애를 시작한 사람이나 그것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사람은 다 똑같다.

외국인이기 전에 같은 사람이다.


아무리 문화 차이라고 덮어둬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정말 죽어도 이해가 가지 않고, 당신의 연애 관계에 큰 걸림돌이 된다면) 그냥 그것은 당신과 당신의 파트너가 잘 맞지 않다는 것이다. 문화 차이라고 치부하고 이해하려고 넘어가지 말자.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했고 이것을 토대로 해서 다음번의 사람을 만났을 때 더 지혜롭게 행동하면 되는 거다!







모두의 애나

호주, 멜버른에서 차일드케어 에듀케이터로 일하며 먹고살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mandooanna

더 많은 글 보러 가기, 링크 클릭





매거진의 이전글 생리하니? 왜 이렇게 예민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