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의애나 Mar 26. 2018

서울 촌년의 호주 정착기

어디에서 오셨어요?

나는 서울 촌년이다.





서울에 살았을 때는 누군가의 백그라운드(출신 고향, 문화적 배경 등등을 통틀어 모든 것)를 궁금해해 본 적이 없다. 대표적인 서울 촌년으로, 내 동네밖에 모르는 그저 단순 무식한 “문화 무식자”였던 것이다. 심지어 중고등학교 땐 제주도 출신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어서 대학에서 처음으로 누군가가 제주도에서 왔다고 했을 때 정말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문화 무식자인 내가 다문화 국가인 호주로 넘어와 가장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문화언어이다.

호주인이라고 해서 순수한 "호주인"은 없다. 호주 원주민/토착민인 어보리지널이 아니라면 모를까.




나는 이런 멀티 컬쳐의 나라인 호주, 멜버른 유치원에서 일한다.

호주 차일드케어를 통틀어 모든 교육에서는 다문화(Multi-cultura/cultures)를 매우 중요시한다.


지금 일하고 있는 센터에는 이런 포스터가 하나 붙어있다.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언어로 당신의 아이에게 이야기하세요”라는 문구의 포스터인데 이 문구 하나로 호주 교육이 얼만큼 다문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실제로 다문화 영어 국가에서 집 안에서는 모국어를 쓰고 집 밖을 나가면 영어를 쓰는 가족들이 많다고 하는데,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문화와 언어에 자신감을 갖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일하고 있는 차일드케어 입학원서 질문지에는 “집에서 어떤 언어를 쓰나요? 문화/종교 배경으로 인해 아이가 먹는 음식에 제한이 있나요?” 등등의 다름을 지향하는 질문들이 많다. 그냥 한 번 물어보고 말 용의 질문이 아니라 다른 문화, 한 인격체에 대한 수용과 존중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힌두교를 믿는 아이는 적색 육류를 먹지 않기 때문에 소고기가 들어간 메뉴가 있는 날에는 그 아이를 위해서 채식요리를 따로 준비한다.)





하지만 왜일까?


나에게는 호주에서 타인의 "뿌리"를 물어보는 일이 버겁고 뭔가 불편했다. 궁금하지만 쉽게 물어볼 수 없었달까. 내가 이때까지 호주에서 지내면서 누가 나의 국적을 물었을 때 그리 달가웠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나를 "어느 한 동양의 나라에서 온 이방인"이 아닌 한 인격체로 봐주길 바랐다. "한국인" 그다음 "애나"가 아닌 "애나" 그리고 "한국인"의 순서로. 그래서 그런지 점점 더 한국인의 전형적인 외모가 아닌, 그냥 뭉텅 그려 동양 어디쯤 되는 나라에서 온 애의 외모로 변해가는 나의 모습이 좋다.







하루는 한 아기의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하다가 그 아기 엄마의 성이 "Lee"인걸 봤다. "한국인? 중국인? 베트남인? 한국인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센터에는 한국인 아이가 한 명도 없는데"하는 생각을 했다. 오리엔테이션 당일 날 이 엄마와 얘기를 나눠보니 전혀 동양인의 액센트가 없는 "호주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뿌리"가 너무나도 알고 싶었다. (한국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을까)


하지만 어떻게 물어볼지, 어떻게 무례하지 않게 물어볼지, 그 질문을 시작할 자신이 없었다.


내 짝꿍 닉에게 물어봤다. 

"나 새로운 가족 엄마 뿌리가 너무 알고 싶은데, 국적은 호주인이야. 그럼 어떻게 물어봐야 될까? Nationality? Family background? 어떻게 물어봐야 기분이 나쁘지 않게,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뿌리를 알 수 있지?"

닉은 패밀리 백그라운드를 추천해줬고, 나는 그대로 이행했다. 


다행히 새 아기 엄마는 아무 스스럼없이 자신의 배경을 말해줬고, 그녀는 "몽"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문화 배경이었다. 몽골리안을 몽이라고 줄여 말하는 줄 알고 되묻기까지 했다.(웁스) 몽은 소수민족으로 나라가 없다고 덧붙여 설명해줬다. 그리고 그녀는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 출신이었다.







누군가의 배경을 묻는 일이 별 일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호주 사람들은 여러 방법으로, 그리고 쉽게 타인의 배경을 묻곤 한다. 

"What's your background?" "What's your family background?" "What's your heritage?" "Where are you from?" "Where's your sir name come from?" 등등.


백인 호주인이 그 질문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는지까지는 한국인으로서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이러한 질문에 민감한 만큼 내가 내 입으로 이 질문을 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내가 이 질문에 민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부딪히며 깨지며 익힌 호주식 생활 영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