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겨울

눈과 머리의 층

by meldliy

성하. 또 왔네. 겨울. 어둠은 습기를 삼켜. 목젖에 사는 나를 외면한 채. 차가운 습기로 어둠은 메말라 가. 축축해진 등과 당겨오는 종아리. 가뭄. 발이 붙어있는 쪽은 천장일 수밖에. 그래야 짓눌린 갈비뼈로 잠에 들 테니.


잠은 늘 문턱에서 서성이고 발 뒤꿈치만 닳아가. 파도처럼 숨을 쉬는데 나는 그 아래에서 가라앉지 못해 부표가 돼. 천장 모서리에 매달려 하얗게 각을 세운 납작한 생각들. 삼키지 못한 하루가 목 안에서 자꾸만 부풀어 올라. 그 틈에서 부서지지 않으려 괜히 발가락에 힘을 줘. 창문 틈으로 들어온 공기가 이마에 금을 긋고 금이 간 자리엔 서리가 내려앉아. 뒤척일수록 어둠은 더 바싹 말라.


질긴 어둠을 조각내어 딱 그 정도만 아파할 수 있다면.

아픔을 손톱만큼만 떼어 베개 밑에 숨겨둘 수 있다면.

손가락 마디를 끊어내는 일이 쉬운 줄 알면서도

감히 허락하지 않아 감아버린 눈.

층간소음은 아마 그즈음 시작될 테니

눈과 머리의 층이 화해를 하는 날에

길었던 8월의 겨울을 용서하게 된다면.


그때는

천장이 다시 천장이 되고

발은 바닥을 기억할까.

목젖에 걸려 살던 나는 비로소 한 번쯤

끝까지 삼켜질 수 있을까.



이 글은 잠들지 못하는 밤에 대한 기록입니다. 여름의 한가운데서도 겨울처럼 얼어붙는 시간, 눈은 감겼지만 머리는 눕지 못하는 상태를 따라가며 써 내려갔습니다. 삼키지 못한 하루와 뒤틀린 감각 속에서 불면의 구조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눈과 머리의 층이 화해할 수 있을지, 오늘도 조용히 묻습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