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

잊히지 않도록 맡는 사랑

by meldliy

향기보다 냄새가 좋아. 향기는 좋기만 할거같은데 냄새는 다르잖아. 좋은 것도 냄새고 나만 아는 것도 냄새고 싫은 것도 냄새잖아.


숨과 숨이 만나 냄새를 이룰 때, 숨결이 형태를 만들면 우린 머리를 맞대기보다 머리를 가로질러서 서로의 반대편에서 바라보곤 해. 맞닿지 않는 아슬아슬한 살결이 간지러워서 그때는 눈을 맞춰서라도 간지러움을 잠재워야 해. 저 너머를 바라보지만 눈동자가 향한 곳과 보고자 하는 곳이 늘 나란하단 법은 없으니, 후각이 시각을 대신해서라도 갈라놓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닐지.


닿은 곳이 없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잽싸게 손가락으로 약속을 거는 일이 익숙해지는 건, 금새 잊혀지는 게 싫어서 보이지 않는 조각까지 차곡차곡 모으는 건,

그런 내 모습이 좋아 웃음이 나오는 건,


향기보다 냄새가 좋은 우리가 사랑을 하는 방식일까?


어쩌면 우리는 사라질까 봐 맡는 게 아니라 잃어버릴까 봐 들이마시는 건지도 몰라. 이마 가까이에서 맴도는 너의 냄새를 괜히 한 번 더 기억해두려는 마음으로 괜히 한 번 더 웃어버리는 사람처럼.


너무 사랑해서 괜히 어색하게 웃음이 터지고, 괜히 아무 일도 아닌데 손끝이 바빠지고, 괜히 어깨에 얼굴을 묻고 싶어지는 순간들.


향기는 멀리서도 남지만 냄새는 가까이에서만 만들어지잖아.


그래서 우리는 가까워지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가까운 채로 남고 싶어서 사랑하는 건 아닐까. 혹시라도 이 냄새가 어느 날 희미해질까 봐 오늘의 숨을 조금 더 오래 붙들고 있는 건 아닐까.


향기보다 냄새가 좋은 건 우리가 아직 이만큼은 서로의 곁에 있다는 증거라서.


그래서 나는 오늘도 네 냄새를 맡으며 괜히 웃어.


잃고 싶지 않은 것 앞에서 사람은 자꾸 웃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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