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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잃는다는 것은.

우연히 공돈을 발견하는 기쁨이 사라지는 것.

by Mel

얇은 옷차림 때문에 겨울 코트 뒤에 숨어 불어나던 몸무게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


보드라운 니트의 괜히 쓰다듬을 일도, 니트를 파묻혀서 골골거리는 일도 없는 것.


뜨거운 코코아가 어울리는 크리스마스에도 나시를 입고 버블티로 축하하는 것.


겨울옷을 꺼낼 때 우연히 공돈을 발견하는 기쁨이 사라지는 것.


눈 온다고 감성에 젖어 친구에게 연락할 껀덕지가 없다는 것.


밖에는 아스팔트가 끓고 있는데 카카오톡에는 눈이 오는 것.


스키장도 스케이트장도 모두 남의 이야기가 된다는 것.


코끝 찡한 겨울날에 마시는 오뎅 국물이 없어지는 것.


눈사람을 만들며 추억팔이를 할 수 없다는 것.


1월생이지만 여름 날씨에 생일을 맞는다는 것.


나도 모르는 새에 한 해가 마무리된다는 것.


겨울이 있어 존재하는 봄이 없어진다는 것.


하-- 하면 수증기가 물방울이 되어 떨어질 것 같은 살인적인 습도와 감히 밖에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 온도에 갇힌 2월의 마지막.


한국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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