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새롭게 사귄 친구가 논어를 추천해 줬다.
'왜 진작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남는 몇 안 되는 책이라고 했다. 꽤 오랫동안 노자의 사상을 흠모해 왔고, 공자는 그에 정확하게 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알아볼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더랬다. 그냥 넘기려고 하다가 마침 집에 30년도 더 묵은 논어 책이 있어서 꺼내 들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기본서를 다 읽고 풀이서 한 권을 다시 읽고 있다.
공자가 직접 쓴 책도 아니요, 공자의 3000명이나 되는 제자들, aka 식객들이 쓴 책이기에 별 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솔직히 부모에게 효도하고 군주를 잘 섬기라는 그런 딱딱한 문장들의 쏟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논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겸손하게 하는 문장들이 가득했다. 마음에 드는 문장만 살짝 접어놓고 가끔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포스트잇을 꺼내 들게 되었고, 한 문장에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을 생각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중에 길게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문구들이다.
"남한테 배우기만 하고 자기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진리의 빛은 보이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생각만 하고 남한테 배우지 않으면, 사리를 독단으로 처리할 위험이 있다."
"오직 인자만이 옳게 사람을 사랑할 수가 있고 또, 옳게 사람을 미워할 수가 있다."
계문자는 무슨 일이나 세 번을 생각한 연후에야 실행하였다. 공자께서 이런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두 번 생각하면 족할 걸세."
"자기가 출세하고 싶으면 남도 출세시켜 주고, 자기가 높아지고 싶으면 남도 높게 해주는 일, 말하자면 자기와 남을 바꿔서 생각해 주는 일, 다만 그것뿐일세. 이를 실생활에 옮겨서 실천하는 것만이 인에 이르는 방법이란 말일세."
공자께서는 다음 네 가지를 절대로 아니하셨다. 그것은 독선, 집착, 고루, 이기이다.
자기 마음대로 사물을 판단하는 일, 틀림없다고 장담하는 일, 자기 의견 만을 내세우는 일, 자기의 처지 만을 생각하는 일.
민요에 이런 것이 있다.
앵두나무 고운 꽃잎, 팔락팔락 손짓하네.
그대 생각나네마는 집이 멀어 못 가겠네.
공자께서는 이 민요를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아직 생각이 극진하지 못해서 그렇지, 어찌 먼 것을 탓하겠는가."
"나는 일찍이 종일토록 밥도 먹지 않고, 밤새도록 자지도 않고 생각에 골몰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아무 보람이 없었다. 역시 배우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이 조그마한 책에 연초의 기운을 다 쏟아내고, 지금은 논어 천재가 된 홍팀장을 읽고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 생활을 어떻게 하면 뜻깊게 보낼 수 있는지 모두가 힘들어하는 이 시기를 어떻게 견딜 지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 읽고 나니 나 또한 '왜 진작 논어를 읽지 않았나'라는 후회가 조금 들었지만 분명 이 책이 지금 나에게 찾아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올해는 직장에서도 삶에서도 잘 버티는 것이 목표였는데, 인생을 길게 보고 10년, 20년 뒤의 나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 어제와 다른 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새해에 읽으면 딱 좋은 책이다. 이래서 고전 고전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