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사람. 사람. 사람
멜입니다.
한껏 주목받았던 예전 회사와는 달리 지금 회사에서는 아주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비교적 큰 규모 회사, 분업화된 부서에서 주 마켓 담당이 아니다 보니 스타트업에서 이것저것을 담당하면서 큰 목소리를 낼 때와 당연히 다르겠죠. 그때도 지금도 모두 한국 마켓 담당이지만 지금은 유럽과 북미 마켓이 아시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크기 때문에 글로벌에서 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마켓이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적응에 시간이 생각보다 조금 더 걸렸던 것도 사실 그 때문이었어요. 이전 회사는 아시아에만 존재감이 있는 회사로 한국 마켓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죠. 그만큼 입김도 센 편이었고 특히 초창기 멤버로 아는 척을 할 수 있는 케이스가 많았지만 한국인 중 가장 늦게 조인한 저는 지금 회사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친절했지만 관심은 그다지 보여주지 않은 동료들과 항상 바빠 보이는 팀장은 대하기 어려운 존재였죠.
호흡을 길게 가져가고 싶다면 이게 맞다고 생각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조금 우울했어요. 그새 관종이 되어버린 것인가 하고 의아해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덕에 조용히 눈치를 보면서 회사에 대해 하나씩 알아나가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회사에 떠도는 루머, 가십 거리등도 조용히 있으니 더 크게 들리는 거 있죠. 예전 회사같이 헉하는 가십은 아니었지만 소소해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조용히 있으니 다들 와서 속닥속닥 하나씩 이야기해주고 가고 있어요. 껄껄껄...
직장 경력 7년 차가 되지만 벌써 4번째 회사이고, 그러다 보니 저도 은근 걱정이 되긴 해요. '이번 회사는 오래 다닐 수 있을까? 이제는 진득하게 정착을 하고 싶은데 말이지. 돌아다니는 것도 질렸어.' 하고 말이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저희 퇴사에 대해서는 언급을 백만 번 한 것 같은데 회사에 머무르게 하는 요소들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거나 적어보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꼬꼬마일 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해줬어요.
회사는 일, 사람, 돈으로 평가된다.
이 중 두 개를 만족시키면 그 회사는 엄청난 회사이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이 카테고리에 어느 정도 동감을 하곤 해요. 사람을 고를 수는 없으니 일과 돈으로 회사를 골랐죠. 일 -> 돈 -> 일 -> 일 & 돈 순으로 골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 부분은 제가 고를 수 없잖아요. 정말 괜찮은 팀장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어도 하루아침에 팀이 바뀔 수 있는 것이고, 몇 시간의 면접으로 알 수 없는 부분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때문에 저는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이직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회사에 머무르게 하는 건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일 하는 것이니까요.
저는 이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했어요. 회사에 롤모델이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동료들에게 배울 점이 있는지 등으로요. 물론 모든 사람에게 배울 점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겠고 이렇게 말하는 제가 굉장히 거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보면 한 숨만 나오는 동료들, 게으르고 회사를 전혀 케어하지 않는 동료들과 일을 하다 보면 저도 많이 영향을 받는 느낌이 들거든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정체되는 느낌이요.
적어도 팀 안에서 한 사람은 롤모델로 삼고 싶고 저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동료들과 일을 하고, 어느 정도의 경력이 쌓이고 나면 저도 롤모델이 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럼 사람이 되고 싶어요.
굳이 돈으로 케어하지 않아도 (물론 그러면 정말 좋지만요) 나를 얼마나 케어하는지는 다른 경로들을 통해서 알 수 있어요. 나에게 최대한의 트레이닝을 정기적으로 제공해주고, 내가 문의한 내용을 진지하게 다뤄주는 것을 통해서 회사가 나를 얼마나 케어해주는 지를 알 수 있죠.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넘길 수 있겠지만 외국 회사들은 수습 기간이 짧고 인수인계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터라 회사에서 나를 써먹으려고만 하지 않고 나를 키우고 싶어 하는 느낌은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부담 없이 동료들과 한 잔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거든요. 부장이 강요해서 아니오, 회식 때문에 강제로 끌려가는 것도 아닌, 그냥 내가 원해서 가는 그런 한 잔이요. 하루 종일 일했어도 짧은 드링크도 같이 하고 싶은 그런 사람들. 뭐라고 딱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이런 분위기, 이런 바이브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일할 맛도 날 겁니다.
단순히 '술'을 같이 마신다는 간단한 개념이 아니라 그보다는 좋은 동료고 술 한잔이 부담스럽지 않은 버디도 되는 그런 개념인 거죠.
가끔은 3번이 가장 중요할 때도 있지만 저에게는 1,2,3번 순으로 중요한 거 같아요. 지금 회사는 3번이 조금 결여된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1,2번은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에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a는 b이다.라고 단정 지어서 말할 수 없고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은 무척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그냥 회사니까 다닌다. 다녀지니까 다닌다. 는 너무 슬픈 것 같아요.
부양가족이 없고 싱글이다 보니 '돈'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될 수 도 있지만 저도 돈을 아주 좋아합니다. 돈 '만' 밝히지 않을 뿐, 돈 많이 준다는데 뭐가 문제겠습니까! 하지만 일이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다니다 보니 돈일 저절로 따라온다는 이야기가 허황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늘은 이야기가 줄줄이 길어졌네요. 싱가포르는 예외적인 장마가 계속되어 비가 매일 내리네요. 한국은 많이 추워서 패딩이 필수라는데 다들 잘 따뜻하게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