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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로디 Nov 15. 2018

기초반 수영일기, 열하나

물 위에 누워 

데크에서의 배영 뜨기 연습을 마치고 실전에 들어갔다. 한 명씩 물에 누워서 차렷 자세로 발차기를 하며 앞으로 나가는 동작이었다. 발차기는 자유형 발차기를 누워서 한다고 생각하며 하라고 했다. 무릎이 굽혀지지 않게 신경 써야 하고 발목에 힘을 주지 말라고 했다. 강사가 한 명씩 잡아주며 누워서 출발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발차기도, 무릎을 굽히지 않는 것도, 발목에 힘을 빼는 것도 다 먼 나라 이야기 였다. 물에 드러 눕는 게 불가능 할 것 같았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강사는 뒤로 완전히 누우라고 했지만 몸이 뻣뻣해 지며 온 몸으로 뒤로 눕는 걸 거부했다. 강사는 내 등에 손을 대며 힘을 빼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앞에서 스무명을 잡아 주며 힘이 들었을 강사를 생각하면 힘을 빼고 누워야 하는데 그게 맘처럼 되지 않았다. 몇 번을 일어섰다 누었다를 반복하다 용기를 내었다. 용기를 내어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수평뜨기의 자유로움을 생각하며 팔과 다리를 조금 벌리고 편안하게 누었다. 강사가 잘 했다고 하며 숨을 크게 들이쉬고 참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가슴에 킥보도를 올려주고 끌어 안으라고 했다.

물에 몸이 떠오르는 게 느껴졌다. 머리위치를 잡아준 강사는 내 발목을 잡고 위 아래로 흔들며 이 느낌으로 발차기를 하라고 했다. 중간에 일어서지 말고 끝까지 가라고 했다. 몸에 힘을 빼고 발차기를 하며 숨을 참았다 내쉬고 다시 들이키기를 반복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가슴에 끌어안고 있던 킥보드는 어마어마한 의지가 되었다. 데크에서의 경험이 꽤나 큰 도움이 되었다. 공포감이 조금 사라지자 이내 자신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몇 바퀴를 돌며 배영 자세를 연습했다. 대부분의 다른 회원들은 한두 바퀴 돌고는 킥보드 없이 했지만 나는 적어도 오늘은 킥보드가 배 위에서 사라지는 것은 생각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한 달 동안 자유형을 배우며 어느정도 물에 익숙해 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물 속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공포감 이었다. 생각해 보면 물 속이 보인다고 해서 빠지지 않는 것도 아니고, 보이지 않는다고 물에 빠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누워 있으니 숨을 쉬는 것이 훨씬 편안해 물에 떠 있기 더 쉬운 것 아닌가? 

그렇게 킥보드를 끌어 안고 물 위에 누워 통통통통 발차기를 하는 것이 익숙 해 질 때 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것이 두려운 것은 보이지 않는 앞날 때문일까? 아니면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 너무도 힘들어 아직도 먼 보이지 않는 미래가 더 두려운 것일까?  

그래도 킥 보드 처럼 내게 의지가 되어준 이들 덕분에 이렇게 또 살아가는 구나... 


그런 감상에 젖으며 조금씩 물 공포증을 벗어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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