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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Nov 04. 2019

정신과와 불안장애 그리고 우울증

정신과 첫 방문

 회사를 출근하고 불안에 몸을 떨고 있던 그 순간, 회사 동료의 손에 이끌려 정신과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것이 나의 정신과 첫 방문이다. 정신과의 모습은 굉장히 생소했다. 병원 진료실의 모습이라기에는 너무나도 단순했고 책상과 의사 선생님뿐이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 A4용지 한 장과 펜이 전부였다. 그렇게 나의 첫 진료는 시작되었다. 


 '병원에 온 것만으로 절반의 치료가 시작된 셈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아직도 의사 선생님의 첫마디는 잊을 수 없다. 이 말을 들은 나는 불안이 조금 줄어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불안의 정도에 대해 상담이 시작했다. '나는 밤에 잠들기가 어렵다', '나는 겁나는 일들이 많다', '나는 자주 피곤하다' 등 약 20가지 정도 체크리스트의 질문들을 하셨다.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시고 다행히도 불안, 우울에 대해 초기 증상이고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게 되었다. '초기 증상이 이 정도라고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는 도대체 얼마나 힘든 것일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중증 이상일 줄 알았다. 그토록 힘들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의 초기라는 말에 조금 위로가 되었다. 의사 선생님의 질문은 단순했다. '어떤 곳에서 불안이 오나요?', '그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등 짧고 간결했다. 이에 답변을 쏟아내었다. 그렇게 내가 만들어 낸 최악의 상황을 답변하는 순간에도 의사 선생님 앞에서는 그렇게 큰 문제 발생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토록 힘들어하며 병원에 찾아왔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 위로에 내 눈에서는 눈물이 멈출 줄 몰랐다. 나를 처음 보는 의사 선생님 앞에서 말이다. 나에게는 자존심이고 창피함이고 이미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었다. 치료가 되기를 원했고 다시 아프지 않은 모습의 나로 돌아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눈물을 쏟고 나니 조금 괜찮아진 듯했다.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을 때 신체적인 반응으로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리고 눈물을 통해서 감정이 해소된다고 한다. 모든 것을 쏟아 낸 이후 나의 첫 상담이 끝났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30분 정도 흘렀던 것 같다. 정신과에서는 다른 병원과는 다르게 약을 직접 처방도 해준다. 아마도 정신과의 편견 있는 사회에 대한 작은 배려인가 싶다. 그렇게 약을 처방받고 회사로 돌아가게 되었다.

 회사에 돌아와 처방받은 항우울제를 먹었다. 과연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이 약을 먹는다고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며칠이 흐르고, 말도 안 되게 나의 우울감은 줄어들었다. 생활에서의 내 모습이 좀 나아지는 것만 같았다. 다만 전체적으로 기분이 다운되는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러나 불안하고 우울한 상황보다는 100배 아니 1000배 정도 행복했다. 그렇게 나는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불안과 우울증으로 힘든 삶을 보내고 있다면 정신과에 반드시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한 연구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마음을 다쳤을 때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뇌의 같은 곳에서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결국은 고통의 정도 차이이지만 감지하는 곳은 같다는 뜻이다. 불안과 우울증이 왔다면 병원에 꼭 가보아라. 일반 병원처럼 예약 없이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 1주일에서 2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다. 그만큼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의사 소견 없이 약물 복용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안장애 1년 후 완쾌된 줄 알고 약을 끊었더니 1년 뒤 재발하여 지금은 휴직을 했다. 나와 같은 이는 없었으면 좋겠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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