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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Aug 14. 2023

어느덧 1년, 스타트업 회고Ⅰ

불안장애 직장인 일기

 어느덧 1년, 스타트업 회고


 불안장애 직장인이 된 지 어느덧 7년. 이제 막 스타트업 생활의 1주년을 맞이한다. 나름 큰 기대와 꿈을 가지고 시작한 스타트업 생활이지만 이면에는 반대의 감정도 득실 했다. 불안과 걱정들로 말이다. 불안장애 환자인 나에게는 쥐약이지만 내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었고 그렇게 나의 스타트업 생활이 시작되었다.


 2022년 7월에 시작된 나의 첫 번째(?) 스타트업 취업기. 원x드 앱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면접을 보게 되었고 채용이 되었다. 나름 두 곳에서 최종합격을 하게 되었고 고심 끝에 선택한 스타트업 첫 회사. 설렘과 걱정 한가득 안고 강남 한복판에 입성하게 되었다. 설렘을 뒤로한 채 회사 앞 인사팀 직원의 밝은 미소와 함께 안내를 받으며 사무실에 앉게 되었다. 체계적인 OJT를 통해 받은 인상은 가히 만족스러웠다. 나름 스타트업으로 시작하여 작은 중소기업까지 인수한 기업, '유니콘 스타트업은 다르긴 다르구나' 하며 나름의 안정감이 나를 위로해 준다.


 그리고 이어진 개발팀 인원과의 만남.

나름 스타트업의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만났지만 절반이 넘는 사람 모두 나처럼 대기업을 그만두고 들어온 사람이었다. 나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되었기에 금방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렇게 나의 첫 스타트업의 시작은 평탄하게 흘러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2개월  남짓 다니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즉슨 이직과 동시에 회사가 나에게 바라는 것은 '알아서 만들어주세요'라는 느낌이었다. 개발팀장의 말을 빌려 '기존 시스템은 두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탈바꿈할 것이니까 멜밍님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가면 돼요'. 원하는 대로? 무슨 말이지?  심지어 본인이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 언어로 선택해서 만들라고? (3명의 개발자 언어가 각기 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머스, 물류, 팩토리의 각각의 시스템을 1명씩 맡아서 개발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정녕 스타트업의 현실인가. 대기업의 경우 팀단위로 구성되어 만들던 것을 혼자 개발하라는 것이


 이게 가능한 현실인가? 면접 때 생각을 더듬어 보았다. CTO가 만들어가겠다는 업무문화는 전부 어디 갔는지. 무엇 하나 제대로 잡아줄 사람이 없었다. 아키텍처를 잡아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 인프라를 만들어 줄 사람도 말이다. 업력이 있는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체계 없는 개발조직 현실의 실망이 가득했다. 그렇지만 나에게 이런 불평과 불만들은 사치였다. 더욱이 불안장애가 있는 나였기에 자칫 잘못하면 불안과 우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금이나마 빠르게 적응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새로운 스타트업의 회사의 도메인과 지금까지 내가 해온 도메인은 사뭇 달랐다. 해당 분야의 도메인을 익히기 위해 기존 문서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새로운 도메인을 익히는 데 있어서 시간이 걸렸지만 한 걸음씩 내딛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주한 질문거리들. 그 누구에게도 질문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1년도 안된 팀원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기존 시스템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CTO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이 스타트업 현실이라니 충격 그 자체였다.


 업무뿐만이 아니었다.  나름 사람들과 잘 어울려왔고 개발 방법론적으로 토론도 하며 최선의 방향으로 프로그램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서로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재택근무 또한 한 몫을 했다. 그렇기에 난 늘 혼자였다. 출근하면 커피도 혼자 먹고, 점심도 혼자 먹고, 하루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며 입안에 단내가 날 정도로 입을 다문 채 퇴근하는 날이 늘어만 갔다. 그렇게 조금씩 불안과 걱정이 조금씩 기어올라오기 시작했고 정말 인생에 없던 외로운 2개월의 회사생활이었다.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오던 중 세상은 날 버리지 않았다. 그렇게 찾아온 새로운 이직제안이었다. 이직이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다른 환경에서 외롭지 않게 일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대기업의 기회와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IT 스타트업 회사의 긍정적인 이직제안.


그렇게 두 달 여정의 마침표가 생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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