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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Nov 01. 2019

불안장애로 힘들어하는 나에게

자신의 모습 돌아보기#1

 


 요즘 잘 지내고 있니? 안 좋은 소식을 접하게 되어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다.


 요즘 네가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어. 단 한 번도 걱정거리 없이 30년 넘게 살아온 너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기지가 않더라고. 늘 밝고 긍정적이고 웃음이 많은 친구로만 생각했었는데 말이야. 주변에서 많이들 걱정하더라. 그런데 그 걱정이 너를 위축시키거나 불안해지게 만들까 봐 걱정이다. 너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생각보다 어른이 된다는 게 쉽지 않지? 나도 요즘 그렇게 생각해. 세상이 정말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더라고. 요즘 들어 앞이 보이지도 않고, 회사에 있으면 결국 그저 그런 삶으로 끝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너만이 아닐 거야. 경제적으로도 '죽을 때까지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정답이 나오지 않는 것도 너뿐만 아니라 다 비슷하게 느낄 거야! 충분히 너는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불안장애를 극복하고 다시 예전의 너의 모습을 찾을 거야! 내가 본 너는 정말이지 멋진 사람이거든. 네가 했던 일들은 네가 아니었으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을 거야. 넌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거 알겠지?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걸 죽어도 싫어하는 모습이 이렇게 너를 만든 것이 너무 안타까워. 그것도 당연히 좋지만 너의 몸이 상할 정도로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너도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받고 있잖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 강박증까지 생길 정도로 그렇게 살지 않아도 돼! 이 세상 살아가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이야. 너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더라! 지금은 너 자신을 가장 사랑할 때인 것 같아. 주절주절 너에게 위로한다는 것이 자꾸 잔소리로 들릴까 봐 조심스럽다.


 네가 쉬고 있는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꼭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조금 쉬어도 괜찮아. 넌 7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잖아? 보상받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누구도 네가 3개월을 쉰다고 생각하지 않아. 3개월 동안 무수한 고민들을 할 것을 생각하면 '쉬는 게 쉬는 게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절대 조급해하지 말고! 이제 휴직한 지 3주 정도 됐나? 꼭 무엇을 이룬 게 없다고 느껴지더라도 불안해하지 말고! 너의 건강을 먼저 찾는 것을 응원할게!  다시 밝은 모습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넌 충분히 잘하고 있고 무엇을 해도 잘할 거라고 믿으니까! 파이팅!

                               - 불안 속에 살고 있는 나에게 쓰는 편지 -


 과거 나의 상담을 맡아주신 상담사분의 권유로 명상수업을 병행하게 되었다. 명상수업의 주된 내용은 불안이 오거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 받아들이고 호흡에 집중하여 생각을 끊는 연습의 내용이었다. 차츰 불안이 줄어들긴 하지만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나에게 찾아온 명상수업이 있었다. 가장 위로가 되었던 시간이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편지 쓰기'라는 수업 내용이었다. 평생 나 자신에게 편지를 써본 적이 있는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써본 기억은 없다. 만약 써봤다면 10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  가물가물하지만 이런 내용의 편지들을 썼던 기억은 있던 것 같다.


 불안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내게 도움이 되었던 방법 중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 어떤 사람의 위로보다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모습을 솔직히 다 알기 때문이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성격,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에 느끼는 나의 감정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내가 불안이라는 감정을 통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가게 되었다. 불안이 찾아왔을 때 확장되는 것과 계속적으로 머릿속에 맴도는 것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 편지를 쓰는 순간만큼, 읽는 순간만큼은 조금씩 잊게 된다. 서서히 불안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있는 내 모습에 오랜만에 미소 짓는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한 번에 줄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내가 겪어 본 바로는 그럴 수 없다. 나는 아직도 불안하다. 그러나 살아갈 만한 정도의 불안으로 줄어가고 있는 것이 내게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생각이 든다.  


 불안을 방치한다면 결국 우울증이라는 거대한 병으로 이어진다. 우울증까지 도달했다 하더라도 늦지 않았다. 이 방법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 또한 우울증 끝까지 도달했다가 다시 일어서고 있는 중이니까 말이다. 우울과 불안을 이겨 낼 수 있는 것은 본인 자신이다. 내가 했던 방법으로 이겨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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