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잘 지냅니다
#불안장애 8년 차 직장인
어느덧 이직한 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정말 나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던 2020년이기도 한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서는 것부터, 현실에 대해 도피하고 싶고 회피하고 싶고 직장도 벗어나고 싶어 했다. 또한 이직을 반대했던 의사 선생님의 말도, 직장동료의 말도 듣지 않은 체 이직을 결심하기도 했다. 그리고 불안이라는 어둠 속에서 가장 탈출하고 싶어 했던 나... 절대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어둠 속에서 나는 결국 탈출해버리고 말았다. 많은 이들의 반대에 무릅쓰고 말이다.
돌이켜보면 굉장히 리스크 했던 부분이었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마지막 남은 방법이었고 기회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지막 방법인 이직은 나에게 자신감 회복이라는 것을 가져다주었고 그 자신감은 불안에서 탈출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주었다.
S사라는 굴지의 대기업에서 7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머물러 있던 나는 바보가 되었고 한 치의 앞도 볼 수 없었다. 그러던 나에게 이직은 희망 같은 존재였고 치료제였다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 내가 아직도 그런 삶을 살았더라면 나는 지금 정신병원에 입원해있었을 것이다.
'나는 아무 곳에도 이직할 수 없을 거야', '나는 이제 더 이상 아무 데도 못가',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말도 통하지 않는 상사를 매일 봐야 했고, 이 일을 왜 해야 되는지 이해하지 못한 체 일을 해야 했고, 그렇지만 막상 퇴사하고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이직해서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나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변명거리들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정말 자신감 하나 없는 겁쟁인 게 분명했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를 아프게 만든 그 시작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직장에 머물러 있다 보니 새로운 도전은 하기싫어하던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또한 공부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었던 나의 모습. 그렇게 살아가는 방법은 내가 꿈꾸던 것과 달랐고 나와 맞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이미 나는 불안장애 환자였다
불안장애 환자인 나에게는 모든 것들이 불안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은 나에게 다 불안거리였고 자연스레 모든 일이 어려운 일이라고 단정 지어졌다.
나에게 주어진 일들은 정말 어려웠을까? 아니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 탓에 겁부터 먹었던 것이었을까. 많은 직장인들에게 묻고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 자신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렇다. 나는 성장하고 싶은 사람의 한부류이면서 성공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한부류에 속한다. 또 한편으로는 진통 없이 성공하고 싶어 하는 부류였다. 지금까지는 어찌어찌 작은 성공의 맛을 보는데 근 진통 없이 지내왔다. 그러나 그러한 성공은 결국 거기까지인 것이다.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이리저리 치이고 부딪히고 스트레스받아봐야 한다. 그렇게 나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내 인생에 있어서 성장통을 경험하고 있는 요즘이다.
만약 당신이 불안장애를 지니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자신을 한번 돌아보라고 하고 싶다. 힘든 일은 하고 싶어 하지 않는지. 아니면 스트레스 받고 싶어 하지 않는지. 그러면서도 성장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지.
나는 그렇게 불안장애를 4년의 시간 동안 답도 없이 약에 매달린 체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완쾌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분명 다시 찾아올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나는 불안 속에서 탈출했단 말인가.
처음 경험해보는 일에도 두려워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스트레스받는 것을 즐기기로했다.
야근을 즐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성장하기로 결심했다.
그런 후부터 정말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삶이 즐거워졌고 행복지수는 높아졌다. 다만, 퇴근은 늦어지고 공부할 것은 많아졌다는 게 단점 같아 보이겠지만 분명 나는 성장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죽기만큼 싫어했던 야근도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나의 성장이 될 것이라는 무조건적인 믿음은 나를 불안으로부터 건져낼 수 있었다.
불안이 오는 요소는 분명히 있다. 그것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고 적응하는 것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모든 이들이 불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다 잘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