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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냥한주디 Jan 06. 2022

나에게 여행이란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고, 혼자 여행을 간다는 건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런 내가 랜선 친구들을 만나며, 그 친구 들을 만나기 위해 혼자 여행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2021년 6월부터 나는 디지털노마드로 살기 시작했고, 이젠 언제든지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다니며 일하겠노라 했다. 하지만 퇴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생각해보니 혼자 여행을 계획했던 나는 혼자서 아무 곳도 다녀오지 못했다.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기도 하고, 아직은 혼자 여행이 그렇게 내키지 않았던 것 같다.




어릴 때 아빠가 한창 낚시에 빠지셨을 때 우리 가족들은 주말마다 낚시를 갔었는데, 여름엔 수영복을 가져가서 물놀이를 했고, 겨울엔 장화부터 장갑 털모자 마스크까지 완전 무장을 하고 가서 어름 썰매를 탔다. 


그 장소가 어디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내 낚싯대를 장만해주고 함께 고기를 낚았을 때의 장면, 가족들 옹기종기 모여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고, 5인용 텐트에 모여서 체온을 느끼고 잤던 기억들은 선하다. 



어른이 되고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갔을 때도 주변의 풍경보단, 친구와 이야기를 더 중요시했고, 친구들이 우리가 갔던 장소를 이야기해도 나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원성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여행을 갔을 때도 함께 간 사람과 추억을 남긴다며 찍었던 사진을 보고 장소를 기억했지, 그 장소에 가서도 나는 함께 하는 사람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퇴사 후 랜선 친구를 만나러 갈 때도 온라인 친구와 동행을 했는데, 우리는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대구까지 가는 내내 수다가 끊이지 않았고, 기찻길 풍경보다는 내 옆의 함께하는 사람이 더 예뻤다.


목적지도 그 장소에 가고 싶은 것보다 그 장소에 그 사람이 있기에 찾아가게 된 것. 우리의 만남은 짧아서 너무 아쉬웠지만, 다음엔 다른 장소에게 함께 하자했다. 다음 그분과의 만남이 기대된다.


만약 내가 혼자 여행을 계획하다면 그건 아마도 그 계획 장소에 누군가가 있기에 가지 않을지, 나는 아직까지 혼자 온전히 누리는 여행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런 건지 아직은 나 혼자 여행이 내키지 않는다.


나에게 여행이란

장소보다 함께 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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