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행이란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by 상냥한주디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고, 혼자 여행을 간다는 건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런 내가 랜선 친구들을 만나며, 그 친구 들을 만나기 위해 혼자 여행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2021년 6월부터 나는 디지털노마드로 살기 시작했고, 이젠 언제든지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다니며 일하겠노라 했다. 하지만 퇴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생각해보니 혼자 여행을 계획했던 나는 혼자서 아무 곳도 다녀오지 못했다.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기도 하고, 아직은 혼자 여행이 그렇게 내키지 않았던 것 같다.




어릴 때 아빠가 한창 낚시에 빠지셨을 때 우리 가족들은 주말마다 낚시를 갔었는데, 여름엔 수영복을 가져가서 물놀이를 했고, 겨울엔 장화부터 장갑 털모자 마스크까지 완전 무장을 하고 가서 어름 썰매를 탔다.


그 장소가 어디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내 낚싯대를 장만해주고 함께 고기를 낚았을 때의 장면, 가족들 옹기종기 모여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고, 5인용 텐트에 모여서 체온을 느끼고 잤던 기억들은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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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갔을 때도 주변의 풍경보단, 친구와 이야기를 더 중요시했고, 친구들이 우리가 갔던 장소를 이야기해도 나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원성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여행을 갔을 때도 함께 간 사람과 추억을 남긴다며 찍었던 사진을 보고 장소를 기억했지, 그 장소에 가서도 나는 함께 하는 사람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퇴사 후 랜선 친구를 만나러 갈 때도 온라인 친구와 동행을 했는데, 우리는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대구까지 가는 내내 수다가 끊이지 않았고, 기찻길 풍경보다는 내 옆의 함께하는 사람이 더 예뻤다.


목적지도 그 장소에 가고 싶은 것보다 그 장소에 그 사람이 있기에 찾아가게 된 것. 우리의 만남은 짧아서 너무 아쉬웠지만, 다음엔 다른 장소에게 함께 하자했다. 다음 그분과의 만남이 기대된다.


만약 내가 혼자 여행을 계획하다면 그건 아마도 그 계획 장소에 누군가가 있기에 가지 않을지, 나는 아직까지 혼자 온전히 누리는 여행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런 건지 아직은 나 혼자 여행이 내키지 않는다.


나에게 여행이란

장소보다 함께 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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