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첫 직장을 다닌 첫 달부터 엄마는 나의 월급을 고스란히 3년 적금을 부었다. 내 결혼자금으로 쓸 돈이라고 하셨고,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놀고 있을 때도 그 3년을 채워서 적금을 만기 시켰다.
적금 만기 3년 후 자의는 아니었지만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회사를 그만두니 놀고도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라식수술도 하고, 친구와 유럽 배낭여행도 다녀오고, 취직 준비도 하긴 했지만 그렇게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생활이 좋아서 프리랜서로 일하겠다고 선언 후 집에 있었다.
그때 나에겐 7년 사귄 남자 친구가 있었고, 내 남자 친구는 우리 집 근처 회사 기숙사에서 직장생활을 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였다.
우리는 몇 번의 이별과 화해로 다시 잘 지내고 있던 상태였고, 프리랜서 하겠다며 집에 있는 나에게 엄마는 결혼자금도 다 모아 났는데, 내가 놀면서 다 쓰겠다며.. 그냥 빨리 시집을 가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
우리 부모님께서는 내 남자 친구에게 사귄 지가 7년이나 됐는데 빨리 결혼해서 안정적인 게 낫지 않겠냐고 결혼 얘기를 내비치셨고, 내 남자 친구는 바로 시부모님께 결혼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게 되었다.
시부모님께서도 객지에서 혼자 있는 아들이 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셨고, 우리는 결혼 얘기가 나오자마자 일사천리로 날짜를 잡고 정말 순조롭게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26살 동갑내기로 부부가 되었다. 우리의 결혼은 정말 물 흐르듯이 잘 진행되었고, 나는 결혼을 하니 굳이 재취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으며, 가끔씩 웹디자이너 프리랜서 일을 하며, 가정주부로 남편 내조하며 집에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내 주변에는 평생을 전업주부로 사셨던 엄마, 아이 키우며 전업주부로 있는 언니, 나보다 먼저 결혼한 전업주부 내 절친. 그 당시에 나는 내가 전업주부로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결혼 2년 후 첫아이를 낳게 되었고,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우며 친정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첫아이가 잔병치레가 많아 더욱 친정에 있는 날이 많았다. 엄마는 항상 아이 잘 키우는 게 돈 버는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아이가 태어나고 남편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선배가 하는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하는 일이 잘되지 않아 월급조차 못 받아 올 때가 있었다. 내가 엄마께 아이 좀 봐주면 내가 나가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여자가 나가서 일 하려고 하면 남편이 책임감이 없어지고, 능력도 더 펼치지 못한다며 그냥 더 아끼고 아이나 잘 보는 게 나가서 돈 버는 것보다 많이 버는 거라고 하셨다.
신랑은 엄마의 말처럼 새로운 직장을 구해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게 되었고, 내가 가끔 신랑에게 아이를 맡기고 프리랜서일이라도 한다면 그냥 아끼고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둘째를 낳은 후 가끔씩 하던 프리랜서 일도 멈추고 아이 둘에 남편만 바라보는 완전한 전업주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