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가 2돌쯤 되었을 때 동네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잠깐이라도 쉬라며 어린이집 지원에 대해 알려주었다. 우리 동네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커피타임도 갖고, 문화센터도 다니고 집안일도 하고 내 주변에 엄마들은 그랬다.
오빠가 유치원을 다니는 걸 보고자란 둘째는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했고, 또 잘 적응했다. 아침마다 오빠가 유치원을 나서면 자기도 따라나섰다. 처음엔 한 시간, 두 시간 맡기다 점심까지 먹고 오는 데까지 걸리는 데는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아이 둘을 다 기관에 맡기고 자유부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미싱을 배우기 위해 문화센터에 등록했다. 또 우리 이쁜 딸 머리에 꽂아줄 리본공예도 배웠다.
마음 맞는 엄마들과 문화센터에 다니고, 가끔 차도 마시고, 쇼핑도 가고 아이가 오는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둘째는 종일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첫째가 5살인데 이젠 한글도 시켜야 했고, 영어도 시켜야 했다. 그래서 둘째를 종일반에 맡기고 첫째가 2시에 오면 조금 놀리다 둘째가 오기 전에 공부를 시키기도 하고, 밀린 집안일도 하다 보면 둘째가 오는 시간도 짧게만 느껴졌다.
둘째는 항상 놀이터에서 놀다 집에 가길 바랐고, 아이 둘 놀이터에서 놀리고, 집에 가서 씻기고 저녁 준비하는 것도 그땐 참 힘들게만 느껴졌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가고 하교 시간은 더 빨라졌고, 해줘야 할 건 더 많아졌다. 태권도도 보내야 하고, 미술도 보내야 하고, 피아노도, 영어도, 학습지도... 주변 친구들이 하는 건 다 해주고 싶었다.
아이가 하고 싶다고 원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땐 왜 주변과 비교하며 무조건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나의 교육 철학도, 주관도 없었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채 그냥 따라 하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외벌이 남편의 월급은 넉넉한 편이 아니었고, 아낀다고 가계부를 써도 항상 마이너스인 가계부는 쳐다보기도 싫었고, 또 넉넉하게 벌어오지 않는다며 남편 탓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쇼핑몰을 하는 지인의 쇼핑몰 디자인일을 도와달라고 해서 아이가 학교가 있는 몇 시간 동안 일을 도와주게 되었다.
일을 도와주고 집에 돌아가는데 길에서 만난 동네 엄마가 나를 불러 세웠다. 어린이집부터 친하게 지냈던 아들 친구의 엄마였다. 요즘 동네 엄마들이 우리 아들이 문방구 앞에서 친구들에게 동전을 나눠주는 것을 보았다며, 아이에게 용돈을 많이 주냐고 묻는 거였다.
벌써 며칠 전 일인데, 본인이 나에게 물어본다는 걸 계속 깜박했다며, 아이에게 확인해 보라는 거였다. 나는 순간 며칠 전 그 엄마와 함께 다니는 동네 엄마가 나에게 무언가 떠보려는 듯 갑자기 안 묻던 안부를 물었던 때가 생각나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돼지저금통을 가져오라고 했다.
돼지저금통은 돼지코를 열면 쉽게 돈을 꺼낼 수 있었다. 그리고 돼지저금통에 돈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들 말에 의하면 친구 두 명과 함께 저금통을 열었고, 친구들이 니 저금통이니 니돈이라고 했다며, 같이 돈을 나눠 썼다는 것이다.
친구들 중 한 명은 우리 아들과 사이가 안 좋은 아이였고, 같이 잘 놀지도 않는 아이였는데.. 요즘 우리 집에 놀러 온다는 게 이상했지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근데 그 아이 엄마가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해준 엄마 무리에서 얘기를 하고 다니는 엄마였기에 더욱더 화가 났다. 자기 아들은 도둑질은 나쁜 짓이라며 말렸다는데..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하는 말이 같이 간 그 친구가 얼마 전에 엄마 지갑에서 돈을 훔쳤다는 얘기를 해주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집에 있는 저금통에서 돈을 꺼낸 아들은 벌을 받는 게 맞다. 반성문 2장과 각서까지 쓰게 하고, 회초리로 나에게 많이 도 맞았다. 벌로 한 달 동안 하교 후 밖에서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게 하였다.
그날 나는 아들이 그런 일을 한 것도 화가 났지만,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나 자신에게 더 화가 나 있었다.
역시 엄마 말이 맞았나? 아이 잘 키우는 게 돈 버는 건데.. 돈 조금 벌겠다고 이런 일이나 생기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