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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냥한주디 Jan 11. 2022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며

영원한 나의 애기와 함께

어릴 때부터 독립적이었던 딸은 내가 일을 시작하면서 애기가 되었다.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도 스스로 신발을 신겠다고 떼를 쓰고 혼자 신었고,

한글도 스스로 익혔고, 숙제도 스스로 알아서 해갔으며,

학교 준비물 또한 척척 잘 챙겼기에, 내 손이 갈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한편으론 고마웠고, 대견했다.


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과 비교해 보면 나보다 한참 어른스럽고, 대단해 보였다.

어릴 때 나는 독립심이 부족하고, 주변 사람들의 손이 많이 가는 아이였는데, 똑 부러지는 딸아이를 보면 내심 자랑스러웠다.  



그런 딸이 내가 일을 시작한 후 애기가 되었다.

학교에서나 밖에선 누구보다 의젓하고 독립심 강한 아인데, 나와 함께 있으면 애기가 되어 애기 짓을 한다.


둘째라 귀엽기도 하고, 받아주다가도 바쁘고 힘들 땐 짜증을 내게 된다.

아빠랑 같이하라고, 아빠가 해줄 거야란 말을 입이 닳도록 해도 무조건 엄마여야 한다고 한다.


나에게 말할 때도 애기가, 애기가라고 얘기한다.

곧 중학생이 되고, 이제는 나보다 키도 커버린 사춘기 소녀가 말이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제일 좋아하고 반겼던 사람도 딸아이였다.

엄마와 하루 종일 함께 있을 수 있고, 이젠 학교에서 왔을 때 엄마가 있는 것 자체가 좋다고 했다.


그래서 가끔 평일 낮 학원으로 마중을 가기도 하고,

딸과 내가 좋아하는 과자점에 들려 쿠키를 사 오기도 하고,

딸의 취미인 구관 인형 촬영을 함께 하기도 한다.


전업맘일 땐 너무나 당연했기에 소중한 줄 몰랐었는데, 이렇게 다시 그런 시간이 오니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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