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줌마에서 드림워커로

중국인 그녀

by 상냥한주디

17평 신혼집에서 시작해 첫째를 낳고, 한 번의 이사가 불발되면서 둘째까지 낳았다.


둘째가 태어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우리는 옆 동의 조금 더 큰 평수 1층으로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오래된 아파트였기에 나는 인테리어를 저렴하게 올수리를 하기 위해 매일 밤 아이들을 재우고 집 꾸미기 카페를 전전하며 정보를 얻고, 집 꾸미기를 계획했다.


그래서 인테리어 사장님과 많은 이야기 끝에 내가 원하는 집으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었다.

1층 특성상 우리 라인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오가며 우리 집에 관심을 가지며 들여다 보기도 했고, 그중 유독 나에게 관심을 가지며 다가오는 동네 엄마가 있었다.




언니, 언니네 집 구경하고 싶어요.

언니, 언니 딸 너무 이뻐요. 옷을 어쩜 그렇게 이쁘게 입혀요? 그거 어디서 산거예요?

언니, 언니 옷은 어디서 산거예요?


나랑 비슷한 체격의 그녀는 약간 억양이 이상했고, 처음엔 어느 지방 사투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중국에서 시집온 다문화가정의 엄마였다.



처음엔 나에게 관심을 가지며 다가오는 그녀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우리는 가끔씩 서로의 집에서 아이들을 놀리고 커피를 마시며 남편 이야기도, 시집 이야기도 하며 친해졌다.


우리 집 앞은 아파트 배드민턴장이 있었는데, 1층에서 베란다 문을 열면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볼 수 있기에 사람들이 운동을 안 할 때는 아이들을 돗자리 깔아 놀리기도 하고, 도시락을 싸서 밖에서 함께 먹기도 했다.


그 엄마는 나에게 아이들 학원이며, 학습지며, 아이 옷 쇼핑몰이며, 내가 입고 있는 옷 정보까지 물었고, 나는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그녀가 싫지 않았다.


내가 알려준 학원과 학습지로 큰아이의 수학 점수가 많이 올랐고, 공부도 잘하게 되었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했고, 내가 딸에게 입히는 옷과 딸에게 만들어주는 리본들이 이쁘다며, 내가 입고 있는 옷들이 이쁘다며 내가 하는것들을 모두 이쁘다고 칭찬해주는 그녀가 고마웠다.


아이들 방학이면 그녀는 친정인 중국에 오랫동안 다녀왔는데, 나에게 나중에 중국 여행을 같이 가자며, 본인이 가이드를 해주겠다고도 했다.




나는 어느 정도 아이를 키우고, 지인의 쇼핑몰을 다니며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었고, 그녀는 한국으로 놀러 오는 중국인 가이드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량진으로 학원을 다녔고, 종종 나에게 카톡으로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시험공부를 위해 우리나라 역사공부를 한다고 했고, 한국어 수준도 점점 높아져서 이제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처럼 보였다.


내가 워킹맘으로 취직을 했을 때, 그녀가 가이드 시험에 합격했다고 했는데, 서울의 한 여행사에서 성형관광을 오는 중국인들을 상대로 일을 한다고 했다.



우리는 정말 둘 다 아이 키우는 뚱뚱한 아줌마였는데, 이제는 얼굴을 가꾸며 예쁜 옷을 입고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녀가 살짝 나에게 말했다.

언니, 나 언니가 먼저 취직해서 회사 다닐 때 너무 부러웠어. 언니가 살 빼고 예쁜 옷 입고 다녀서 나도 그러고 싶었어.라고 말해주었다.


이제 그녀는 나보다 더 이쁘고 날씬해져서 나에게 화장품 정보며, 성형정보까지 알려주는 워킹맘이 되었다.


그리고, 그다음엔 인천공항 면세점으로 이직했다며, 해외여행 갈 때 꼭 그 면세점에 들리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 직장생활을 하며, 연락이 뜸해졌지만 가끔 오다가다 만나 못다 한 이야기들을 했으며, 코로나가 터지고 그녀는 공항에서 퇴직했다고 했다.


그리고, 몇 달 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며 연락이 끊겼다.




나 또한 우리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로 이사를 했고, 그녀를 잊고 있을 때쯤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동네에 올 일이 있어서 왔었는데, 우리 집 1층엔 불이 꺼져있었다며, 언니 회사에 갔을까 봐 연락을 못했다며, 다음에 우리 동네에 오면 만나고 싶다는 거였다.


나는 며칠 전 이사를 했으며, 이제 퇴사 후 집에서 일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우리 동네로 올일 있음 놀러 오라고 했다.


그녀는 내가 집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는 걸 진심으로 기뻐하며 응원해 주었고, 그녀는 지금 집 근처 마트 옷가게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근데 하는 일도 재미있고, 이사 간 동네도 너무 좋지만, 예전 우리 동네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아이 둘 키우느라 구질구질했던 우리 둘은 지금은 아이들 키워놓고, 자신을 가꿀 줄 아는 드림워커로 살고 있다. 날 따뜻해지면 만나서 앞으로 더 멋져질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다.




#책과강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