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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냥한주디 Jan 30. 2022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호의를 권리로 아는 사람

나는 어릴 때부터 거절을 잘하지 못했다.


다행히 어릴 땐 나에게 무리하게 요구하는 사람도 없었고, 부당하다고 느껴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며, 남녀차별을 느꼈고, 본인이 해야 할 일을 나에게 떠맡기는 사람들이 생겼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프로그래머들과 일할 일이 많았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았던 프로그래머들은 본인이 나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나에게 디자인뿐 아니라 태그 정리나, 프로그래밍까지 시켰고 그로 인해 성장하기도 했지만 많이 싸우기도 했다.


결혼 후 동네 엄마들과 어울리며 서로의 집을 오가며 아이들을 봐주기도 했는데, 항상 맡기기만하는 사람이 있었고, 얌체처럼 본인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오지랖이 넓고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부탁을 잘 들어주고, 도와주는 것도 즐겨한다.

그리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었다.


친구들은 나에게 호구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어쩔 땐 나도 거절을 못하고 끌려다니는 내가 답답하기도 했다.


친구들 중 나에게 돈을 빌려 갚지 않은 친구도 있었고, 본인이 힘들 때만 연락하는 친구도 있다.

처음엔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랬을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란 생각으로 이해하려고도 해보았지만, 몇 번 그런 경험을 하면서 호의를 권리로 아는 사람에겐 베풀지 말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현실세계에서만 만나는 게 아니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오픈 채팅방들을 알게 되었고,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 시작은 블로그 댓글이었다. 

내가 올린 포스팅을 보고 질문을 했고, 그 답변이 이어지면서 개인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고, 개인 연락은 부담스럽다고 했음에도 계속된 연락으로 끝내 차단을 해버리고 연락을 끊게 되었다.


나는 직접 오픈 채팅방을 운영하기도 하고, 여러 곳에 소속되어 많은 사람들을 온라인에서 만나고 있는데, 그 온라인 속에서도 호의를 권리로 아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본인이 필요할 때만 도와달라고 나타났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할 땐 모르는척하거나, 얌체처럼 정보만 빼가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한 곳에서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곳에서도 똑같았고, 왜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지, 더 성장하지 못하는지가 보였다.


그리고 어느 날은 오픈 채팅으로 익명의 사람이 "포트폴리오?"라는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예의상 본인이 누구이며, 어떤 일 때문이라고 먼저 말을 꺼내야 하는 게 아닌지..

나는 무슨 포트폴리오를 말하시냐고 물었고, 그 사람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나에게 좀 봐달라고 했다.

만약 그런 부탁이었다면 처음부터 정중히 부탁해야 했다.

나는 호의를 권리로 아는 그런 사람에게 시간을 할애하기 싫었기에 그냥 차단해버렸다.



 

예전엔 말도 못 하고, 부탁을 들어주었지만 이제는 나도 많은 경험을 통해 그런 사람들에겐 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고 있는 지금은 현실세계에서보다 온라인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직접 보지 않고도 이제는 몇 번 대화를 해보면 이 사람이 어떤 스타일일지 가늠이 가기도 한다.


물론 나는 온라인에서 그런 사람들보다 훨씬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기에,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호의를 받았으면 베푸는 게 당연하다.

무언가 받기 위해 호의를 베푸는 건 아니지만, 그런 호의가 권리가 될 수는 없다.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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