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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냥한주디 Jan 31. 2022

아이스크림 산타가 나타났다.

아빠는 2개

이번 명절엔 신랑의 허리디스크로 장시간 운전을 못하기에 시댁에 가지 못했다.


얼마 전 신랑은 허리디스크로 119까지 집으로 출동하게 만들었고, 입원 치료까지 했었기에 시댁에선 절대 오지 말라며 건강부터 챙기라고 하셨다.


사실 신랑의 허리디스크도 이유였지만, 책 출간 준비로 영상제작 기일이 너무 촉박해 명절에도 꼼짝없이 일을 해야 하기에 신랑 허리를 앞세우기도 했다.


첫 연휴부터 나는 낮과 밤이 바뀌어서 아침에 잠이 들어, 신랑이 아이들을 데리고 시누네 집에 다녀왔고, 아이들과 마트에 가서 명절 때 먹을 음식들도 사 왔다. 


평소 술도 잘 먹지 않는 신랑은 저녁엔 친구와 술 한잔 하겠다며 나갔고, 나는 아이들과 대충 끼니를 때웠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문 여는 소리가 들렸는데, 신랑이 술에 취해 큰 봉지를 들고 왔다.



우리 가족은 다들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나는 왠 검은 봉지를 저렇게 씩씩 거리며 들고 왔나~

어디서 술 취해 쓰레기를 들고 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신랑은 아이들을 큰소리로 부르며, 부엌으로 나와보라는 거였다.

우린 각자 방에서 귀찮은 듯 왜 그러냐며 나왔고, 신랑 혼자 신나서 봉지를 풀었는데..

그 검정 봉지 안에는 아이스크림이 가득했다.



우와~ 아이스크림 산타가 나타났다!. 

맞다. 신랑은 아이스크림 산타이다. 시댁에 갈 때도 아버님이 좋아한다며 봉지 가득 아이스크림을 사 가기도 하고, 친정에 갈 때도 장모님이 좋아한다며 아이스팩을 준비해 아이스크림을 가득 사간다.

얼마 전 집으로 친정 조카들이 왔을 때도 봉지 가득 아이스크림을 사놓았다.


신랑은 이건 우리 아들 꺼, 이건 우리 딸이 좋아하는 거, 하면서 내 얼굴도 한번 씩~ 보더니 내 거 건드리지 마! 라며 냉동실 가득 콧노래를 부르며 아이스크림을 넣어 났다.


나는 신랑이 아이스크림을 사 올 때마다 잔소리를 하는데, 당신 때문에 자꾸 살찐다며, 그 아이스크림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신랑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내가 먹게 된다. 어쩔 땐 아이들과 신랑은 아이스크림 봉지에 자기 이름까지 써놓기도 하는데,  누구 이름이 쓰여있건 나는 그냥 먹으면 된다.




그 모습을 보니 딸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쯤 아이스크림을 사러 슈퍼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딸아이가 아이스크림을 고르며, 이거는 오빠 꺼! 이거는 내 거!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고르다 하는 말이 아빠는 2개.. 아빠는 2개 먹어~였다.


그 어릴 때도 아빠가 항상 앉은자리에서 아이스크림을 2개씩 먹는 걸 보아왔던 딸은 항상 아빠의 아이스크림은 2개씩 사 온다. 


오늘도 제대로 된 밥 안 해준다고 삐져서 등 돌리고 있는 배 나온 아저씨에게 아이스크림 2개로 유혹해 봐야겠다.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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