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은 당연한 게 아니다.
내가 결혼 10년 차가 되던 해 크리스마스이브날 시누이는 신랑과 콘서트를 본다며 나에게 본인 아이 둘을 우리 집 현관문 앞에 떠밀듯 맡기고 갔고, 아이들은 나에게 오자마자 배가 고프다고 했다.
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아이들 4명에게 밥을 해먹이며, 시누의 둘째 딸아이는 기저귀를 늦게떼면서 우리 집 침대에 실수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고 맞이하게 된 설 명절 어머니와 제사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동서가 어머니께 전화를 한 거였다.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하시던 것처럼 동서에게도 걱정 말고 일하고 오라며, 여기는 아이볼 사람 많으니 할 일 하고 천천히 오라며 전화를 끊으셨다.
동서는 아이 낳기 전 시누가 나에게 자기 아이들을 맡기고 가는 것에 대해 너무하다며 형님이 지금까지 이렇게 아이들을 다 보고 있었냐며 위로해 주었었는데, 이제는 동서까지 나에게 본인 아이를 맡기며 문자 한 통도 없었다.
나는 그런 동서나 시누가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명절 때 육아는 각자 하자는 말이 뭐가 어렵다고 그 말 한마디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나 싶었다.
다음날 제사음식을 다하고 제사를 지낸 후 동서가 시댁으로 왔다.
평소처럼 동서는 형님 고생하셨죠?라고 얘기했는데,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날 하루 종일 동서가 무슨 말을 해도 시큰둥하고 있는 게 10년 만에 시댁에서 내가 표현한 첫 번째 불만 표시였다.
그로 인해 시댁의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았고, 어머니는 나에게 많이 미안해하셨고, 실망하셨을 것 같다.
동서에게는 그 이후 내가 화가 난 이유와, 앞으로 그런 일이 있을 땐 미리 나에게 양해를 구해야 기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를 하고 풀었다.
하지만 시누이에게는 마무 말도 못 했고, 그냥 거리를 두며 만나는 일을 피했다. 이제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만나거나 부딪칠 일도 별로 없게 되었다.
그런데 어머니껜 한 번도 시누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어머니께서 당연하게 해온 일들을 부당하다고 얘기하기가 죄송했고, 저는 어머니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어머니께 상처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 안 떨어졌다.
어머니께서는 어머니대에 제사를 없애겠다고 하셨고, 나에게 희생을 강요한 적도 없으셨다.
그런데 그런 어머니께 감사하다면서도, 어머니처럼 희생하며 살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누군가의 희생은 당연한 게 아니다.
명절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다 지나서 한번 해본다.
명절 육아는 각자 합시다.
본인 아이들은 본인이 보세요!
#책과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