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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ting city Jun 16. 2019

환멸을 출발로 삼을 수 있는 지혜

2018년 1월 -『백래시』

1991년 출간되어 페미니즘 필독서로 여전히 호평받고 있는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가 한국에서도 번역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의 성취 이후 준비 없이 맞이한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신보수주의 물결 아래 등장한 ‘반페미니즘’ 정서를 면밀히 해석하고, 이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백래시(backlash, 반격)’는 ‘사회 변화나 정치적 변화로 인해 자신의 중요도나 영향력,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불특정 다수가 강한 정서적 반응과 함께 변화에 반발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사회학 용어인데, 수전 팔루디는 ‘여성의 권리 신장을 저지하려는 반동의 메커니즘’에 백래시라는 이름을 붙여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저자가 사례로 든 백래시의 말들을 살펴보자. ’페미니즘은 이제 충분하다’, ‘독립적이고 이기적인 여자들이 출산율을 낮췄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이기적인 엄마들’, ‘직장에서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점점 더 많은 남성들을 몰아낸다’, ‘아버지가 만들어 낸 아이의 생명을 지킬 권리’, ‘강박적인 남성 공포증’ 등등. 이처럼 여성의 일, 감정, 신체를 구속하는 언어와 서사, 이미지는 TV, 영화, 뉴스, 광고 등 온갖 미디어와 국가적 슬로건, 심지어는 전문가의 언어를 통해 여기저기 범람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책은 미국 페미니즘 역사의 한 부분을 다루고 있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기시감이 드는 것은 최근 성폭력 폭로가 계속되면서 #ME_TOO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 사회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2015년 #나는_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 이후 늘어난 페미니즘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과는 달리 온라인을 비롯한 교육방송에서까지 반페미니스트 정서가 득세하는 상황인 한국 사회를 떠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가 수전 팔루디는 지난 1월 초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여성들에게 환멸을 출발로 삼을 수 있는 지혜를 나눠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여성의 권리는 하룻밤 사이에 쟁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싸워왔다. 좋은 소식은 이런 것이다. 여성운동의 걸음걸음에 세상이 아무리 강하게 반격해와도 여성들이 완전하게 밀린 적이 없다는 것. 그때마다 페미니스트의 생각은 더 강하게 뿌리내렸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말이다. 우리는 그저 포기할 수 없다.” 


그러므로 올해, 우리는 더 많이 바꿀 것이다. 지금은 2018년이니까.


백래시
지은이 수전 팔루디

옮긴이 황성원

감수(해제) 손희정

출간 정보 아르테 / 201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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