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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ting city Jun 16. 2019

어쩌면 가장 아름답고 슬픈 유토피아 소설

2018년 3월 -『아르카디아』

여기, 어쩌면 가장 아름답고 슬픈 유토피아 소설이 있다. 『아르카디아』는 1960년대 후반 히피 문화의 중심에서 시작해 ’비트’라는 남자의 50여 년 간의 삶을 들여다보며, 유토피아란 과연 가능한 세계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책이다. 『운명과 분노』로 최고의 찬사를 받은 미국의 젊은 작가 로런 그로프의 대표작으로 출간된 해 ‘미국 젊은 작가들이 뽑은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에서처럼 목가적 이상향을 뜻하는 공동체 ’아르카디아’가 결성된 이후 처음 태어난 아이, 그래서 최초의 아르카르인이기도 한 ‘비트’는 어린 시절 세상이 버거울 만큼 넓고 크다고 생각하는 순수한 소년이다. 그러나 아르카디아에는 점점 어둠이 찾아온다. 가난과 배고픔, 마약과 범죄, 끊임없는 갈등… 그들의 이상향은 어느덧 가출 청소년들과 마약 중독자들의 은신처가 되어가고, 성장하며 이를 목격한 비트는 아르카디아를 떠나 뉴욕에서 사진작가로 일하면서 다른 세상에 적응해나간다. 


2018년, 비트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각종 자연재해와 전염병이 창궐하는 디스토피아를 벗어나 다시 아르카디아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는 무너진 아르카디아를 재건하려 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붕에 비치는 새벽빛에서, 가지 사이를 스치는 바람에서 삶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되었을 뿐이다.


비트의 진짜 이름인 ‘리들리’는 아직 가보지 않은 마을 이름이고, 그가 살다가 끝내 무너진 아르카디아,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는 곳’을 뜻한다. 그럼에도 결국 비트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고 보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정신’에 유토피아를 세우고 지켜낸다. 비트는 기억하고, 기억하려 노력한다. 


좌절과 상실은 언제나 이별과 폐허를 만들어내지만, 삶의 작은 순간들 속에 유토피아를 만들고자 하는 사려 깊고 아름다운 인간의 숭고함이 여기, 『아르카디아』에 있다.


아르카디아
지은이 로런 그로프

옮긴이 박찬원

출간 정보 문학동네 / 201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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