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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멜트 Feb 12. 2021

위성

사랑은 어떤 궤도로 맴도는지

위성 (Satellite)

그날은 유난히 날씨가 사나웠다.


기념일 전날 밤 강릉으로 떠나는 버스에 올랐다. 우리가 그때 바라본 창밖의 야경은 우주였다. 고속도로위 자동차들은 각자의 궤도를 따라 여행 중인 유성이었다.


별들을 따라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바람이 거세지고 까만 파도는 성난 듯이 너울댔다. 기념일 당일에는 비까지 쏟아졌다. 태풍이 상륙한다는 소식에 우리는 해변은커녕 숙소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우리는 SNS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녀의 사진을 보고 마음이 이끌려 다가갔지만 그녀만큼이나 나도 조심스러웠다. 당시 나는 지난 관계들에 지쳐 마음 둘 곳 없는 상태였다. 마음을 주기도 받기도 어려웠던. 우리는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연락을 주고받고 실제로 만나기까지 두세 달은 걸렸던 것 같다. 그때 우리는 서로의 궤도를 맴돌며 천천히 거리를 좁혀갔다.


그리고 세계와 세계는 충돌했다.

서로를 부수고, 파편이 되고, 다시 결합하고, 어떤 것은 소멸하며.

때론 하나처럼 가까워지고 때론 사라질 듯 멀어질 때도 있지만 우리는 계속 서로를 위성처럼 맴돌며 더 큰 세계를 공전하고 있다.


달은 항상 지구를 바라보고 맴돈다.

우리도 언제나 그렇게 서로만을 바라보길 바란다. 태풍 속에서 서로만으로도 행복했던, 강릉에서의 그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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