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부터 온 타임캡슐
화성으로부터 온 타임캡슐
‘어제가 기억나지 않아.’
잠에서 깨어난 A는 당황한다. 자신이 눈을 뜬 곳이 어디인지, 아니 자신이 누구인지 떠올려보지만 그의 뒷목만이 빳빳해져 갈 뿐이다.
한참을 있어봐도 어둠뿐인 천장은 답을 주지 않으리라 생각한 A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주변을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찾던 그는 자신이 한 평조차 안 되는 좁은 공간에 누워있었음을 깨달는다.
‘달칵’ 소리와 함께 조명이 켜진다.
A는 빛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리다 간신히 실눈을 떴다.
그곳은 마치 병실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사방이 하얀 벽으로 막혀있는 방안에 가구라고는 그가 누워있던 침대와 책상, 그리고 책상과 세트로 보이는 의자가 전부이다. 가구들은 모두 철제 프레임과 하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책상으로 향한다.
책상 위에 놓인 쪽지와 작은 갈색 유리병.
병 안에는 어떤 액체가 반쯤 담겨있다.
유리병에 누군가 ‘여정’이라고 휘갈겨적은 라벨지가 붙어있다. 안에 든 액체의 이름일까.
A는 옆에 놓인 쪽지를 집어 든다.
여정. 내복약. 빈 속에 복용.
쪽지를 보자마자 그는 습관처럼 병에 담긴 그것을 단숨에 들이킨다.
아찔한 쓴 맛이 혀를 닿자 뒤이어 뜨거운 것이 그의 몸안에 퍼져나간다.
몸의 감각이 흐릿해지고 의식만이 또렷해진다.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의 의식이 머리에서 천장으로, 하늘로, 우주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