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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광어 Jul 04. 2021

1년차 서비스 기획자가 배운 5가지 교훈

신입 서비스 기획자의 No 좌절, Keep Going 일기

내일 회사에 서비스 기획 썸머 인턴이 들어온다. 우리 회사는 인턴과 정규직이 함께 일하지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 재택 근무이기 때문에 인턴 기간동안 마주칠 일은 없을 것이다. 싱숭생숭하다. 딱 1년 전, 이 썸머 인턴십으로 입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인턴십에서 정규직 입사자가 선발되는 가을이 되면, 나는 서비스 기획자 1년차가 된다. 그 동안 내가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브런치 글을 쓰기 시작했다.  

판교의 봄 / 신규 입사자 코드 데이의 추억 / 검정 후드 집업 너무 많아요...

첫째도 둘째도 why 

Why oriented thinking은 기획 업무 전반에서 필요하다. 서비스를 기획할 때는 물론, 기획 업무가 아니더라도 기획자는 왜 이렇게 개선이 필요한지, 왜 이 지표가 조사에 필요한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근데... 솔직히 이런 건 1년차가 아니고 학부생도 말할 수 있다. 내가 실무를 통해 배운 점은, 화면 하나하나에도 왜 이게 필요한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몇개월 전에 처음으로 아젠다를 잡아서 과제를 진행했다. 과제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했다. Critical한 이슈였기에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

내가 기획자로서 부족했던 부분은, 내가 생각한 구성 요소 하나 하나에 대한 "why"였다. 그냥 '이렇게 보여주면 좀 더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집어넣었던 것들이 군더더기로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개발 리뷰가 끝난 시점에 기획서를 수정했다. 지금 와서 수정해도 되는지 개발 담당자분께 조심스럽게 여쭤본 것은 덤이다. 각각의 UI에 대해, 왜 이 화면에서 이 정보를 보여주어야 하는지 한번만 생각해봤더라면?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줄지 않았을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내가 정말 존경하는 직장 선배(?)가 있는데, 내가 쌩신입인 시절에 대표님과 팀에 보내던 일일 업무 보고에 가끔 회신을 해주시곤 했다. 그게 나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육아 경험이 있으셔서 였을까? 당근과 채찍을 잘 쓰실 줄 아시는 분 같다.
한번은 사수님이 리프레시(장기) 휴가를 가시게 되었다.업무 팔로우업도 할 겸 안계시는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쭉 정리해서 메일을 전달드렸었다. 그리고 그걸 보시고는 아래처럼 회신을 주셨다.  

 사실 나는 나의 행동이 크게 도움이 될지도 몰랐었는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어린 애가 뭣 모르고 한 행동을 칭찬해주면 '아, 이런 행동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행동이군. 앞으로 이렇게 행동해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메커니즘과 비슷하달까. 이 사건은 내가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이벤트였다. 

ENTJ에게 공감이란 정말 어려운 영역이다.그래도 유치원을 무사히 졸업했기 때문에 나는 최소한의 사회성은 기를 수 있었지만 내게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탁월한 센스는 없다. 회의 날짜를 생각 없이 배포날(개발 담당자분들이 바쁘신 날)로 잡는다든가, 휴가이신지 한번쯤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메시지를 보낸다든가.  

솔직히 이건 기획자로서 치명적이다. 하지만 노력하면 기를 수는 있겠지? ENTJ의 회사생활에 대해 나중에 더 적어보려 한다. 


발표할 땐 A부터 Z까지? 그걸로는 부족하다. 

글쓰기? 못하지 않는다. 대학도 글빨로 들어갔으니까. 말하기? 완전 못한다. 발표는 그 중간 어디쯤이다. 사실 발표를 못한다고 생각해보진 않았다. 그런데 사내에서 회의 시간에 하는 발표는 학부때 했던 발표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우선 나의 전제는 모든 참석자가 논의 아젠다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와장창. 틀렸다. 바쁘신 분들은 하루 종일을 회의만 하신다. 그런 분이 나의 논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계실거라는 것 자체가 매우 거만했다. 

내가 생각하는 논지를 이야기하려면, 그 논지에 대한 밑밥부터 다시 깔아드려야 한다. 하물며 A라는 배경에 대해서도 A-1, A-2로 섹터를 나눠가며 친절하게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만 복잡한 스펙이어도 아무도 나의 논지를 이해할 수 없다.

발표의 쓴맛을 한번 겪고, 좀 더 차근차근 배경 설명을 드리고자 노력해야 겠다고 판단했다. 특히 나는 즉석으로 말할 때 항상 말빨이 딸리므로. 나올 수 있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리 미리 생각해보려고 한다. 


질문: 할까말까 할때는 해라. 물론 잘..! 

나는 질문의 수준을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이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질문을 하기전에 이게 의미가 있는 질문인지 한번 더 생각해본다.(물론 멍청한 질문도 많이 한다.) 그러다보니 '아 이거 여쭤봐야 하는 거 아냐? 아 설마,,, 너무 수준 낮은 질문같아' 라고 생각했다가 기획서를 수정하는 일을 겪었다. 그래서 안물어보기에 찝찝한 질문은 그냥 눈 딱감고 해야겠다고 느꼈다. 물론 실행에 옮기는 게 어렵긴 하다. 

질문의 수준과는 별개로, 질문의 효용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같은 의미의 질문도 질문의 방법에 따라 어떤 질문은 원하는 것 이상의 정보를 가져다주고, 어떤 질문은 원하는 것의 50%만을 채워준다. 예를 들어 'A라는 방법은 안되나요?'라고 질문을 하면 최악의 경우 '안됩니다'라는 답밖에 얻을 수 없다. 

내가 궁금한 것이 1)A라는 방법을 쓸 수는 없는지? 2) 그게 아니라면 다른 방법은 없는지?까지라면 질문은 아래처럼 구체적이어야 원하는 해답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라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방법 A를 사용해주실 수는 없나요?
혹시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요?

No 조급, Keep Going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무임승차를 싫어한다. 하지만 별도로 이름을 뺀다든가 응징을 해본 적은 없다. 무임승차의 최대 피해자는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풋이 없으니 얻는 것도 없을 수밖에. 팀에 기여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느꼈던 이유도 이런 것이다. 다른 팀원들에게 내가 오히려 짐은 아닌건지? 라는 생각과 함께, 이대로 도태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물론 지금도 나는 조급하다. 좀 더 빨리 능력치를 올리고 싶고, 그러기 위해 1.5배는 빨리 성장하고 싶다. 지금 성장하지 않으면 영원히 나는 스케일 업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치만 그렇지 못한 ㄴH 자신 Oㅣ 싫 ㄷㅏ...☆ 그래도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 자신을 조금은 다독일 수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약 1년 전의 "아가" 시절에 비교하면, 그래도 많이 용됐기 때문이다. 이제 좀 쓸모가 있어졌다. 조급해하며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멀리보며 묵묵히 킵 고잉하면 1년 뒤에는 멋진 2년차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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